경영진부터 실무진 잇는 ESG 거버넌스 구축
친환경 투자 확대…’일하기 좋은 회사’ 만들어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한화투자증권이 ESG 경영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증권은 올해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최고 수준인 ‘AA’ 등급을 받았다. 증권업계에서 미래에셋과 한화증권 단 두 곳이 유일하다.
지난 한 해 동안 ESG 경영체계부터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투자, 이해관계자 경영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영향이다. 업계 ESG 경영 선두경쟁에 닻을 올린 '숨은 강자' 한화투자증권의 ESG 경영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빈틈없는 ESG 조직체계
한화증권은 이사회부터 경영진, 실무진을 잇는 탄탄한 ESG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사회 아래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ESG 경영과 관련한 최종 의사결정기구다. 한 해 ESG 경영 전략 및 정책을 검토, 승인하고 분기마다 진행 현황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부턴 실무 조직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ESG 투자전담 부서인 글로벌ESG사업부를 신설했고 지난 1월 조직 내 ESG 역량 강화를 위해 기획관리실 내 ESG 혁신팀(기존 애자일혁신팀)을 만들었다.
지난 4월에는 ESG 경영협의회를 처음으로 구성했다. WM(자산관리), 트레이딩, IB(기업금융) 등 영업조직과 10개 지원부서, 리서치센터가 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해 공동 ESG 이슈에 대응하고 부서별 과제에 대한 협업 기회를 발굴해낸다.
연초 한화증권은 영업, 지원부문으로 구분한 전사 차원의 ESG 프로젝트팀을 꾸려 ESG 경영 핵심과제를 선별해내기도 했다. 3개월간의 논의 끝에 도출한 추진과제는 총 22개로 이 중 실현 가능성,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ESG 각 부문에 대응하는 8대 중점 과제를 도출했다.
“한국판 그린필드 조성”…국내외 신재생 투자 확대
빈틈없는 거버넌스 체계를 기반으로 한화증권은 친환경 투자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한화증권은 그룹 금융계열사와 함께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국내·외 석탄 화력발전소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탈석탄 선언 후 한화증권이 뛰어든 첫 번째 투자처는 부산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사업이다. 해상풍력 발전 터빈 9기로 이뤄진 40MW(메가와트) 규모의 국내 최초 상업용 민자 해상풍력 사업이다. 한화증권은 해당 개발업체 지분 약 20%를 인수하면서 전체 PF 금융 주선권을 확보했다.
태양광 사업에 특화된 그룹계열사를 둔 만큼 한화증권은 탈석탄 금융 이전부터 ESG 투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2015년 신재생에너지혁신펀드를 결성하고 그룹사 한화큐셀과 공동으로 태양광 웨이퍼를 첫 개발했다. 2018년부턴 미국, 스페인, 일본 등 해외 태양광 분야 투자를 늘렸다.
최근에는 고객들이 이러한 ESG 투자에 동참할 수 있도록 관련 리테일(소매) 상품 라인업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모상품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는 ‘한화그린히어로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다. 지난 4월에는 자체 ESG 랩어카운트 상품 ‘ESG글로벌 TOP TIRE 랩’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화증권은 고객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매달 국내외 ESG 추천펀드 10개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또 ESG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식 블로그나 유튜브에 ‘주식이 처음이라면 ESG 투자’ 등 관련 콘텐츠를 제작 및 공개하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 나서…일 가정 양립정책 확대
한화증권은 회사 이해관계자 한 축인 임직원을 위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데 최근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작년 도입한 스마트 워크 제도다. 연초 지정한 ESG 8대 과제 중 하나('스마트워크 고도화')로 하이브리드 근무제도, 자율좌석제 등을 시행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공간, 업무평가 혁신을 추진한 게 골자다.
스마트한 업무방식에 맞춰 성과관리 체계에도 변화를 줬다. 한화증권의 성과관리 시스템은 OKR(목표와 구체적인 성과지표)으로 원격근무 확대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한 업무공유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들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업무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결돼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 가정 양립 정책제도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러 정책 중 눈에 띄는 건 아빠휴가다. 배우자 출산 시 남성직 원에게도 20영업일 휴가를 지원한다. 본사 직장 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취학 전후로 돌봄휴가도 제공한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육아휴직 및 휴직 후 복직 인원 비율은 작년 기준으로 90%를 넘는다.
이러한 제도를 기반으로 조직 내 다양성도 개선되고 있다. 과장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9년 23%, 2020년 23.9%, 2021년 24.9%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부점장급 이상 상위관리직 여성 비율도 마찬가지로 2019년 12.1%, 2020년 14%, 2021년 13.8%로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한화투자증권 권희백 대표는 “바야흐로 ESG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ESG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가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모든 경영 활동에서 ESG 이슈를 중시하고 전사 차원의 ESG 혁신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과 윤리 준법경영 강화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여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믿음직한 동반자로 자리 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