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훼손 우려...지방 이전 이슈도 부각
차기 기업은행장 자리를 놓고 관출신 후보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조직 구성원 및 주주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정 전 금감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금감원장에 임명된 뒤 윤석열 정부 취임과 함께 지난 6월 자진사퇴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이미 정부에서 차기 기업은행장 자리를 놓고 정 전 금감원장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은행 노조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윤 행장 선임 당시 '낙하산' 인사 임명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관출신 인사가 차기 은행장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를 놓고 또 다른 의견도 나온다.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정 전 금감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이 된다면 정부와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 관출신 인사가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될 경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역시 지방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기업은행도 지방 이전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뒤를 따른다.
노조 조직원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최근 기업은행 노조가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74%가 내부 출신 행장을 선호했다. 신입 행장이 갖춰야 할 자질로는 '기업은행에 대한 충성도와 전문성'이 1위로 조사됐다. 이를 고려하면 정 전 금감원장이 선임된다면 큰 잡음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심화되면서 기업은행 역시 차기 행장 선임을 두고 외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도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어 선임 과정을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