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리파워EU' 추진..."2027년 러시아 독립"
韓, 원전 확대 당위성 확보…K-택소노미 편입
美,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3000억 달러 투자
연초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전환 계획이 가속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안보차원에서 에너지 자립이 전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대부분 장기프로젝트인 만큼 내년도 산업 전망도 밝다.
유럽연합(EU)은 전쟁 이후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로부터 독립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리파워(RePower)EU’다. 올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을 최대 90% 감축하고, 2027년 완전히 독립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2100억 유로를 투자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4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려와 달리 계획은 순항 중에 있다. 환경 싱크탱크 E3G 연구에 따르며 지난 3~9월 EU는 전체 에너지 수요 중 2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이를 통해 절감한 천연가스 수입량은 약 80억㎥(큐빅미터)로 금액 기준 110억 유로(약 15.5조원)로 추산된다.
한국은 이번 에너지 공급난으로 탈원전 정책 폐지를 위한 정당성을 확보했다. EU가 논란 끝 지난 7월 녹색 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 투자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이를 근거로 한국형 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편입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 경우 다량의 녹색자금이 원전산업으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다.
다만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투자비중을 낮추고 있다. 그간 중단됐던 원전 비중을 늘린 결과다. 지난 8월 말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에서 정부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각각 기존 대비 30% 늘리고 내렸다. 이를 두고 세계적인 흐름을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성명을 내고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원전을 늘리는 정책이라 하지만 원전 비중을 높이고 화석연료 비중은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목표는 대폭 축소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글로벌 기후위기, 에너지 위기에 기로에서 네너지전환 정책을 더 이상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합리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고유가로 떼돈을 번 중동은 네옴시티 등 대형 친환경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해 2017년 발표한 미래도시 ‘네옴시티’ 개발계획에 막 발을 떼기 시작했다. 사업비는 최소 5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규모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크게 미래 도시, 첨단 산업단지, 친환경 관광 단지 등 3가지로 구성돼있다. 이 중 길이 170km에 달하는 직선도시 ‘더 라인’ 프로젝트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만 100% 에너지를 충당하는 스마트시티다. 대규모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건설·모빌리티·정보통신(IT)·스마트시티 부문 22개 민간기업과 함께 '원팀코리아'를 구성해 사우디 현지 로드쇼를 개최하는 등 프로젝트 수주경쟁에 한창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친환경 인프라 구축사업을 진행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기 위해 10년간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총 3690억 달러를 투자한다. 기후관련 재정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009년 오바마 정부에서 시행한 그린뉴딜(900억 달러)의 4배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차기 정부, 의회의 구성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의 모든 그린산업이 향후 10년 이상 지속 성장하게 된다”며 “탄소중립에 이어 에너지 자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방어까지 그린산업이 책임지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진국을 중심으로 장기 친환경인프라 사업이 추진되면서 당분간 관련 산업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 붐이 불었던 지난 2009년과 달리 기술이 발전한 만큼 정책효과도 이전보다 클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쟁이 바꾼 에너지 패러다임이 강한 전환 동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며 ”(에너지 시장이 안보논리를 따르며) 향후 우호국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협력체계가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블록화되고 비우호국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형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에너지 전환 및 전력 등 에너지 인프라 투자 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