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7월 자이언트스텝 한 차례 더”
증권가 “코스피 연저점 되돌림현상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현지시각 15일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다.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은 없다”던 지난 달 입장을 뒤집었다. 5월 물가상승률이 또 다시 연고점을 통과한 영향이 컸다. 연준은 물가안정을 위해 다음 달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했고 뉴욕증시는 강력한 물가통제 의지에 안도랠리로 답했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아직은 먼 펀더멘탈 둔화보다 눈 앞의 인플레주먹이 무섭다’는 판단 하에 연준의 빠르고 강한 적극적 대응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에 일조했다”며 “펀더멘탈 게임이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1994년 이후 첫 자이언트스텝…“연말 기준금리 3.5% 전망”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 보폭을 넓힌 이유는 단연 물가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올랐다. 지난 3월 연고점(8.5%)를 뛰어넘은 1981년 이후 최고치다.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는 무너졌고 연준이 긴축강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물가지표 발표 전 기준금리 0.75%p 인상 확률을 1%로 내다봤다. 발표 직후 이 확률은 20%대 뛰어 올랐고 회의 전날 100%에 근접했다.
페드워치는 연방기금금리(FFR) 선물가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준금리 변동확률을 추산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회의에서 위원회는 빅스텝을 고려했지만 이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올해 전망치가 눈에 띄게 상향 조정됐다”며 “이에 대응해 목표범위 내에서 더 큰 인상이 합당하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을 한 차례 더 밟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분명 75bp(1bp=0.01%p) 인상은 비정상적으로 크고, 이러한 규모의 인상이 흔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오늘의 관점에서 볼 때 다음 회의에서 50bp나 75bp 인상이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점도표에서 올해 연말 금리수준을 3.4%(중위값 기준)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전망(1.8%)보다 1.6%p 높은 수치다. 올해 남은 FOMC는 총 네 차례다. 내년 말 금리전망치는 3.8%로 전년보다 1.0%p 올랐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나타낸 도표로 3개월 분기마다 발표한다. KB증권 김성훈 연구원은 “7월 75bp, 9월 50bp 인상 이후 11월과 12월은 각각 25bp 인상으로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3.50%로 전망한다”며 “2023년 한 차례 추가인상으로 3.75%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강도 긴축에 활짝 웃은 증시…물가통제 의지에 불확실성 해소
이날 뉴욕증시는 1994년 이후 첫 0.75%p 인상에도 일제히 상승했다.
15일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3.70p(1.00%) 오른 30,668.53에 장 마감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각각 54.51p(1.46%), 270.81p(2.5%) 오른 3,789.99, 11,099.15에 거래를 마쳤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시장에 필요했던 것은 경기보다 인플레이션 억제력이었다”라며 “파월 연준의장의 인플레이션 통제의지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금융시장은 반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날 연저점(2447.38p) 기록했던 코스피도 다시 반등하고 있다. 오전 10시 55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1%(40.94)오른 2488.42포인트에 거래 중이다. 이 연구원은 “(투자불안심리가 가라앉으며) 코스피는 2400선 지지력을 바탕으로 최근 급락에 따른 되돌림 과정을 전개해 나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날 1290원대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도 가라앉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5원 내린 1278.0원에 출발했다. 4거래일 만에 1270원대로 돌아왔다.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선 새 정부 경제수장들이 모여 FOMC 회의 결과와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 후 발표한 결과문에서 이들은 "미 연준의 큰 폭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이 중첩되면서 현 경제상황이 복합적 위기"라며 "이러한 복합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 시장 급변동 완화, 금융리스크 관리 등의 세가지 방향에서 적극 협력,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가 3∼4주 남아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때까지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