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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년 만에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국내외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정중동(靜中動) 행보에 그쳤다"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민간 주도 성장’ 기조 속에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감을 찾고 있어 8월 광복절 특사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31일 삼성가(家)를 대표해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재계에서는 오는 8월 광복절 특사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 호암상은 올해까지 학술, 예술 및 사회 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164명이 수상자로 선정돼 총 307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을 비롯해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총괄 사장, 임영빈 삼성생명공익재단 사장 등 계열사 사장들도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사실상 삼성 행사를 주관한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그간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재판 등 '사법 리스크' 속에서 삼성 관련 대외 행사에 잠행을 이어온 바 있다.
'삼성 호암상'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아버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뜻을 기려 1990년에 제정한 상으로, 이건희 회장은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해마다 직접 챙겼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부터 이 행사를 이어받아 참석했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되면서 총수 일가는 이후 호암상 시상식에 불참했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총수 일가를 대표해 '삼성의 얼굴'로서 참석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제약과 글로벌 산업 재편 가속화, 미·중 갈등 및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수상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며 “선대의 ‘인재 제일’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
그러나 재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잠행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4일,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와 8만명 고용 계획을 밝히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먼저 치고나가자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주요 대기업이 잇달아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삼성이 대규모 투자 실천은 물론 '한미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경제 차원에서 '광복절 특사'로 첫 사면권 행사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첫 사면권 '광복절 특사' 유력...'한미 반도체 동맹' 등 국가 경제 우선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활발한 국내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17일에는 서울 용산구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에는 직접 양국 정상을 안내했다.
이재영 부회장은 지난 5월 30일에는 팻 겔싱어(Patrick Gelsinger) CEO와 서울 모처에서 전격 회동하며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6월 말에 상반기 글로벌전략회의를 주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총수 경영 공백 등 대내외 위기 속에서 대규모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3년 1월까지 재판이 계속 이어지는 등 '사법 리스크'로 인해 경영 참여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7월29일 가석방 형기가 만료되지만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 제한이 걸린 상태로 정상 경영이 힘든 상황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