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투자 1000조원 돌파...해외 투자 포함 1200조원 훨쩍 넘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일제히 대규모 국내 투자 및 고용 계획 발표 '릴레이'에 나서면서 ‘역대급 투자 천조국(1000조원)’이 현실화됐다.
재계 관계자는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및 고용 창출에 나선 것은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한 새 정부에 화답한 셈"이라며 "재계는 최근 ‘신기업가 정신 선포’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혁신성장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상생에 나섰다"고 전했다.
재계에 따르면 26일 SK-LG-포스코-현대중공업-GS-신세계그룹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재계가 공식 발표한 국내 투자액만 1000조원, 해외 투자계획까지 포함하면 12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앞서 지난 24일 삼성-현대자동차-롯데-한화그룹에 이어 25일 두산그룹이 먼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까지 주요 기업들의 국내 투자규모는 ▲삼성 360조원(해외포함 450조원) ▲SK그룹 179조원(해외포함 247조원) ▲LG그룹 106조원 ▲현대차그룹 63조원 ▲롯데그룹 37조원 ▲포스코그룹 33조원(국내 53조원)▲한화그룹 20조원(해외포함 37조7000억원) ▲GS그룹 21조원 ▲현대중공업그룹 21조원 ▲신세계그룹 20조원 ▲두산그룹 5조원 등 총 1060조6000억원에 달한다. 해외투자액까지 합치면 1256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재계가 투자에 나선지 단 3일 만에 ‘투자 천조국’이 현실화된 셈이다. 이들 기업의 투자 집행은 4~5년간 진행된다.
이날 SK-LG-포스코-GS-현대중공업-신세계그룹은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에 나선다고 했다. 친환경사업을 중심으로 설비증설과 R&D(연구개발)에 수백조원을 투자하고 14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
SK그룹은 향후 5년간 총 247조원을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에 총 142조원을 투입한다. 전기차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수소 등 친환경 미래산업에도 67조원을 투자한다.
LG그룹은 향후 5년 간 국내에 106조원을 투자한다. 투자액 중 48조원을 R&D에 쏟아붓고 생산시설 투자도 최첨단 고부가가치 업종에 집중한다.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자동차 전장, 디스플레이, AI(인공지능) R&D에 총 21조원을 투입한다. 특히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분야에만 10조원을 집중 투자해 육성한다.
포스코그룹은 5년간 총 53조원(국내 33조원)을 투자한다.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철강생산 기반 마련에 20조원을, 2차전지(배터리) 소재와 수소생산 등 에너지사업에 5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친환경 인프라 투자에는 5조원을, 벤처 투자 및 신기술 확보에도 2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GS그룹은 총 투자액 21조원 중 절반이 넘는 14조원을 미래 성장동력인 SMR(소형모듈형원자로), 수소, 신재생발전 등 미래 에너지에 투자한다. 기존 석유화학 외에 친환경 미래에너지를 그룹 성장의 한 축으로 삼는다는 것. 이 외에 유통 서비스 부문에 3조원, 친환경 건설 등 인프라에 4조원을 투입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미래 50년을 책임질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에 21조원을 투자한다. 스마트 조선소와 건설기계 인프라, 에너지사업에 12조원을 투입하고, 수소 운송 밸류체인, 탄소포집, 친환경선박기자재 등의 R&D에 7조원을 투자한다. 자율운항 선박과 빅데이터 플랫폼 등에도 1조원을 배정했다. 제약 바이오 M&A(인수합병) 및 지분투자에도 1조원을 투입한다.
신세계그룹은 5년간 20조원을 투자한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필드 매장 신규 출점과 기존 매장 재단장 등 오프라인 사업에 11조원을 투자한다. 온라인 사업의 주도권을 확대하기 위한 물류센터 확대, 시스템 개발 등 온라인 부문에도 3조원을 투입한다. 화성 테마파크 사업과 복합 개발 사업에 4조원, 헬스케어와 콘텐츠 등 신규 사업 발굴에도 2조원을 배정했다.
삼성, 5년간 국내 360조원 투자...시스템반도체-바이오 등 미래성장동력 집중
앞서 발표한 삼성-현대차-롯데-한화-두산그룹의 투자 계획도 '역대급'이다.
삼성그룹은 5년간 국내외 450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80%인 360조원을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 등 국내에 투자한다. 이는 지난 5년간 국내 투자 금액(250조원)보다 100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삼성의 핵심 투자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AI(인공지능)·차세대 이동통신 등이다. 특히 바이오 분야는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간 경영진에게 “변화를 읽어 미래를 선점하자”며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독려하며 '초격차 삼성'을 강조해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3사가 2025년까지 4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국내에 집중투자함으로써 ‘그룹 미래 사업 허브’로서 한국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 우선 전기차·수소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분야에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로보틱스·항공모빌리티(UAM)·자율주행·소프트웨어 같은 신사업에는 8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내연기관차 상품성·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도 38조원을 투입한다.
롯데그룹은 향후 5년간 37조원을 투자한다. 유통 사업 부문에 8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관광 산업의 활성화 차원에서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미래 먹거리와 신제품 개발에는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는 최근 바이오 의약품 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에 2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1조원을 투입해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한화그룹은 5년간 국내 20조원을 투자한다. 우선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분야에 4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고효율 태양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핵심 기지’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방산·우주항공 분야에는 2조6000억원을 투자해 K-9 자주포 해외 시장 개척 등 K-방산 글로벌화에 나선다.
두산그룹도 5년간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사업에 5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한미 경제 안보동맹의 한축으로 부상한 SMR 개발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기업들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삼성그룹 8만명, SK그룹과 LG그룹 각각 5만명, 포스코그룹 2만5000명, GS그룹 2만2000명, 한화그룹 2만명, 현대중공업그룹 1만명 등을 채용한다. 현대차-롯데-GS-신세계-두산그룹 등도 미래성장동력을 중심으로 대규모 채용이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재계가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국정에서 경제 분야 '동반자'로서 역할을 과시했다"며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방한하면서 '한미 경제동맹'을 구축하면서 재계가 새 정부와 공조해 화답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