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아이피는 AI 기반 CT 분석 최적화 기술 선보여...서울대병원 양질 데이터로 차별화
-ETRI, 청각장애인 위한 ‘아바타수어’ 시연...“활용도 높이려면 수어체계 문장구조 개선 절실”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박람회 중 하나로 꼽히는 국제인공지능대전(AI EXPO KOREA)이 13일부터 15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다섯 번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국내외 230여 기업과 기관이 참여, 총 400여 부스의 대규모로 진행된다. AI는 현재 제조·유통·의료·금융·공공 등 어느 한 분야도 빠짐없이 다방면에 활용되는 최첨단 기술로 지목된다. 국제인공지능대전은 AI가 우리 일상과 산업에 어디까지 스며들었는지 그 현주소를 짚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녹색경제신문>은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 산업별 적용 중인 AI 신기술을 중점으로 살펴봤다.
AI가 헬스케어 시장에 처음 도입된 이래로 점차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단순 분석과 측정 기능을 넘어 운동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훌륭한 헬스 트레이너가,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소중한 도우미와 친구로까지 거듭나는 중이다.
또 어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솔루션이 우리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하고 있을까.
◇ 룩시드랩스의 AI 치매 진단·예방 솔루션 ‘루시’, 대학병원도 관심...올 CES 혁신상 수상도
이동식 차량 모양의 부스를 꾸리고 VR(가상현실) 헬스케어 솔루션을 시연하는 곳이 있어 찾아가 봤다. 주식회사 룩시드랩스의 AI 기반 인지 훈련 솔루션 ‘루시(LUCY)’였다.
루시의 주 이용자는 시니어층으로, AI가 치매 조기진단과 예방 및 훈련까지 돕는다는 점이 귀를 기울이게 했다. 룩시드랩스가 자체 제작한 VR 헤드셋을 착용해 영역별 검사 및 훈련 프로그램을 각각 진행하고, 해당 커리큘럼을 수행하는 동안 AI가 이용자의 인지능력을 측정해 맞춤별 훈련과 치료방안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국 수십개 지역 구청에서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에 루시 제품과 서비스를 보급하고 있으며, 이번 ‘CES 2022’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6년 CES 10대 스타트업 선정과 2018년 VR·AR 분야 최고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얻은 값진 성과다.
룩시드랩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치매 예방 및 특정 부류를 대상으로 한 훈련 제공이 우리 솔루션의 핵심 서비스”라며, “루시는 B2B(기업간 거래)·B2G(기업과 공공간 거래)를 대상으로 납품되고 있으며 현재 각 구의 치매안심센터에서 10주짜리 프로그램으로 일반인 어르신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루시를 통해 각 프로그램을 모두 수행한 이용자들은 검사 결과에 따라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시 전문적인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수행했던 프로그램 이력은 레퍼런스로 남아 해당 커리큘럼 동안 인지능력이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더불어 치매 검사 전문 툴이 서비스 내 포함돼 있어서 만약 검사 결과가 하위 5%로 나오면 전문적인 검사를 받을 수 있게끔 다시 연계사업도 같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조기 발견 및 조기 훈련으로 어르신들의 인지능력을 떨어지지 않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점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루시 VR 기기를 착용해 직접 체험을 진행한 한 대학교수는 “간단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치매 조기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국민 헬스케어 분야 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룩시드랩스 관계자는 “현재 국내 부산대학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글로벌의 경우 나사(NASA) 및 뇌 딥러닝 관련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외에도 각종 논문을 통해 국내외 헬스케어 분야 이해관계자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으며, 앞으로도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기능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메디컬아이피, AI 기반 CT 세분화 분석 기술 선보여...“서울대병원 양질 데이터로 차별화”
메디컬아이피(MEDICAL IP)는 병원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헬스케어 솔루션을 선보였다. AI를 활용해 CT 등 의료 장비로 촬영한 사진을 세분화해 분석하는 MEDIP(의료영상처리) 기술이다.
특히, 이 기업은 자사 솔루션의 강점으로 서울대학교와의 협업을 통해 확보한 양질의 데이터를 내세웠다.
메디컬아이피 관계자는 “원래는 CT 촬영물을 의사들이 한 장씩 봐가면서 분석해야 하는데 이를 AI가 자동화한 솔루션”이라며, “AI라는 것이 결국, 데이터의 양과 질로 성능이 구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 회사는 국내 최우수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대병원에서 도입을 결정한 첫 번째 기업이다 보니 이를 통해 좋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확도 높은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AI 성능을 개선하고 있으며 각 내장 기관의 경계를 더 세밀하게 구분해서 분석하는 등 기술의 정밀도 측면에서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MEDIP 외에도 메디컬아이피는 체성분 분석 기능에 최적화된 DEEPCATCH(딥캐치) 등 각 용도에 맞춤형 AI 기반 세분화 솔루션을 개발해 병원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메디컬아이피는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들을 의과대학 내 해부학 교육용으로도 지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당사는 양질의 3D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된 모델로 제작해 해부학 교육에도 공급하고 있다”라며, “현재 서울대 의대 해부학 교육과정에 지원 중이며 최근에는 제주대학교와도 협업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 ETRI, 청각장애인 위한 ‘아바타수어’ 시연...“활용도 높이려면 수어체계 문장구조 개선 절실”
전시회 곳곳에서는 AI 기술 개선을 위해서는 AI가 학습하는 데이터 자체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대표적으로 아바타수어를 개발해 시연하고 있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있다.
이한규 ETRI 책임연구원은 녹색경제신문에 “실시간 번역을 통한 수어는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문제는 수어체계에 제대로 정착된 문장구조가 없다는 점”이라며, “한국어 자체는 문장을 만들 수 있는 틀이 잘 만들어져 있는데, 이에 비해 수어는 전무하다고 봐야한다. 문법체계도 없고 수화 표현하는 데 있어서 단어 개수도 차이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AI의 표현력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어아바타를 개발하면서 수어체계 자체에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됐고 청각장애인분들에게 질 높은 AI 수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정형화된 수어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아바타수어 기술은 데이터가 부족하다보니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런 점에 중점을 두고 추가 개선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TRI의 수어아바타는 수어 전문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이큐포올(EQ4ALL)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한규 연구원은 “수어아바타 제작을 위해 수어를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제작업체가 필요했으며 이큐포올이 그 적격자라고 판단했다”라며, “현재 데이터로는 재난과 안전 관련 정보전달 부문에 수어아바타 서비스를 적절히 지원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칫 오타가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정확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함께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