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탈석탄 등으로 유럽국가들의 가스 수요가 증가하는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송유관을 통한 가스도입이 중단되면 배로 가스를 가져와야 해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3사는 지난해 전세계 LNG운반선 신규 발주의 87%를 휩쓸었다.
▲美바이든, 러 제재 위해 獨과 함께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시켜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노르트스트림-2 주관사인 '노르트스트림2 AG'와 기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제재를 지시했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독일 정부는 22일(현지시간)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독일은 어제 가스관 인증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러시아 가스와 다른 에너지를 공급하기 어려운 강력한 빌미를 제공했다"며 인증을 중단한 숄츠 총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노르트스트림2 AG'와 해당 기업 임원들에 대한 제재도 지시했다. 노르트 스트림-2 AG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 건설을 주관한 스위스 소재 기업이다. 가즈프롬이 이 기업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원전이 없어 가스 의존도가 높은데, 가스 수요의 절반 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는 기존 가스관이 대부분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데 비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통하고 있다. 각각 연간 최대 550억m³의 가스를 운송할 수 있고 노르트스트림1은 지난 2011년 노르트스트림2는 지난해말 완공됐다.
▲韓조선 3사, 올해 들어 수주실적 호조
지난 23일 삼성중공업은 아프리카 선주로부터 8358만 달러(약 1조원) 규모의 LNG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는 올해 목표 수주액인 88억 달러(10조5000억원)의 약 10%에 근접하는 금액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총 37척, 43억7000만 달러(5조2600억원)를 수주했다. 특히 지난달에만 37억 달러(4조4400억원)를 수주하면서 올해 목표 수주량인 174억 달러(20조9000억원)의 20%를 한달만에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12척 27억2000만 달러(3조2708억원)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5월까지의 수주 금액과 맞먹는다.
또한 최근 국제 원자재 시장의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카타르 석유청(QP)으로 부터의 대량 수주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QP는 앞서 지난 2020년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 건조를 위한 슬롯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는 최근 선가와 환율 상승으로 총 수주 금액이 약 25조원이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주 LNG운반선의 척당 선가는 2억1700만 달러(약 2600억원)에 달한다.
▲폭락장 속에서도 조선업 주가는 강세...최근 5거래일간 5.5~21.8%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코스피 지수는 최근 5거래일 동안 72.49포인트(2.66%) 빠지면서 2648.80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3사의 주가는 기업별로 5.51%에서 21.8%까지 상승했다.
이는 LNG운반선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과 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전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국내 조선3사는 국제공급망 위기 속에 엄청난 수익을 올린 해운회사들로부터 쏟아진 1만2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박 신규발주 물량 중 49%를 받으면서 연간 수주목표를 모두 초과달성한 바 있어 일감이 많이 쌓인 상황이다.
이같은 수주호조에 힘입어 지난 2017년부터 조업이 중단됐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5년만인 내년 초부터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24일 전라북도·현대중공업·산업통상자원부는 군산조선소에서 조선소 재가동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