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펼쳐짐에 따라 너도나도 전기차를 내놓으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중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구분짓는 네이밍을 사용하지 않고 신모델을 출시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전기차 모델명에 '전기차'라는 느낌을 넣지 않고 기존 라인업(G, GV시리즈)을 이어가는 대범함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여타 브랜드는 차량의 이름만으로도 해당 차량이 전기차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시리즈 네이밍을, BMW는 iX, iX3 등 'i'라는 알파벳을 사용한다. 아우디는 e-트론이라는 새로운 라인을 만들었다.

이와 달리 제네시스의 전기차는 모델명에 전기차를 나타내는 특별한 수식어를 넣지 않고 기존 제네시스 시리즈와 동일한 네이밍을 따른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시대가 열리면 '전기차'라는 부분을 특별히 내세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이런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네이밍을 이어감으로써 자연스럽게 전기차 시대로 넘어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제네시스 브랜드는 전체 라인업을 전동화 하려는게 목표다. 앞으로도 전기차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네이밍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승을 통해 만나본 모델은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세단인 G80의 전동화모델, '일렉트리파이드 G80'이다. 

Exterior | 스타일리쉬한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은 G80을 전기차로 변환시킨 모델이다. 기존 G80과 비교했을 때 차체나 디자인 등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마치 2륜구동과 4륜구동 트림이 나뉘는 것 처럼 트림이 하나 추가되는 정도의 변화로만 느껴질 정도다.

차량의 외형 스펙부터 살펴보자. 차량의 전장과 전폭은 각각 5005mm, 1925mm이고 전고는 1475mm, 휠베이스는 3010mm다. 일반 G80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모습이다. (2022 G80 제원 : 전장·전폭·전고·휠베이스 4995mm·1925mm·1465mm·3010mm)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 특성상 공차중량은 2265kg으로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2022 G80 공차중량 : 1960kg)

이전 모델까지는 현대차의 상위 브랜드에 걸맞는 '고급스러움'에 치중한 나머지 라인업의 통일성이 부족했다면, 가는 두 줄 디자인의 쿼드램프를 브랜드 시그니처로 가져가면서 브랜드 전반의 '패밀리룩'이 완성됐다. 

쿼드램프의 가는 두 줄은 단순히 전방을 비추는 헤드라이트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을 상징하는 디자인이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더라도 차량이 자율주행을 안전하게 수행하는 시대에는 전방 라이트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스타일리쉬한 다이아몬드 형태의 프론트 그릴은 기존 내연기관의 메쉬 그릴을 막은 모습이다. 그릴 하단부의 인테이크 분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여 단정한 모습이다.

충전구의 경우 전면 그릴에 절묘하게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함으로써 기존 G80의 측면 주유구 모듈을 없앴다.

화려하고 웅장한 디자인은 차체 크기와 더불어 곳곳에 배치된 크롬 장식에서도 엿보인다. 범퍼 아랫부분부터 도어 아랫부분을 지나 뒷바퀴의 뒷쪽까지 이어지는 크롬 장식은 전반적으로 차량이 하나로 연결된 인상을 준다. 

운전석 및 보조석의 앞쪽에 들어간 두 줄 크롬 가니시는 같은 형태의 헤드 및 리어라이트와 통일감을 줄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한 층 부각시키는 부분이다.

측면은 유려한 곡선의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날렵한 느낌이지만, 트렁크는 뒷유리가 들리진 않는다. 

아쉬운 점은 트렁크 공간이다. 듀얼 모터 시스템과 배터리로 인해 '적재공간'이 상당히 좁게 느껴진다. 다만 꼼꼼한 마감과 이중 덮개를 적용해 바닥 노면의 소음을 최소화 한 것은 승차감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Interior | 감각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런 소재 만족...좁은 공간은 아쉬워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사실은 실내 공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밝은 컬러의 인테리어는 실내 공간을 한층 밝게 만들어주며, 전체적으로 흐르는 듯한 유선형의 디자인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재의 선택 또한 탁월하다. 가죽과 금속, 그리고 우드의 적절한 배합은 고급스러움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심플한 디자인의 센터페시아는 편의성을 고려해 기능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오랜시간 적응하지 않더라도 금새 익숙해질 수 있는 직관적인 구조다.

14.5인치의 상당히 넓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다양한 기능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쉬운 점은 트렁크 공간만이 아니다. 전기차로 개조되면서 실내공간이 줄어든 탓에 시트 포지션이 기본적으로 상당히 올라갔다. 키가 180이 넘는 운전자의 경우 시트를 가장 낮추더라도 천장의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 

2열의 레그룸은 더욱 비좁다. 배터리가 바닥 공간을 차지하면서 2열 공간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이 상당히 올라가는 데다가 앞좌석의 시트 밑 공간마저 막혀있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형 세단으로 출시된 만큼 실내 공간 확보 부분을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의 주행 질감은 상당히 매끄러우면서 스포티하다. 고성능 듀얼 모터 시스템을 탑재해서다. 

제네시스의 전륜과 후륜에는 각각 136kW 모터가 탑재돼 약 370마력의 출력을 뽐낸다. 최대토크는 무려 71.4kg.m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100km에 도달하는 데 4.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2265kg라는 육중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가속력이다.

G80의 배터리 용량은 87.2kWh로 상당히 크지만, 주행가능거리는 공식적으로 427km 수준이다. 80% 충전시 340km 수준의 주행가능거리가 나온다.

이 모든 성능은 실제 주행에서 더욱 빛난다. 기민한 기동력과 섬세한 핸들 움직임은 주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시스템 합산 272kW은 상당한 퍼포먼스 효과를 낸다. 방음 수준도 탁월해 노면의 소음을 대부분 차단한다. 게다가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이 탑재돼 소음을 한층 더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G80 전동화 모델은 정숙성·편의성, 그리고 주행성능까지 모두 갖춘 프리미엄 대형 세단으로서 경쟁력을 갖춘 차량이다. 감성적인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훌륭한 답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