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글로벌 시장이 기회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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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글로벌 시장이 기회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1.09.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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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 강화로 'K-뷰티' 최전선에 서다
중국시장 침체와 오프라인 고집... '위기'의 아모레퍼시픽
'코스알엑스' 인수, 온라인 채널 확장 통해 재도약 노린다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한때 K-뷰티의 최전선에 있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며 뷰티 대표기업으로서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위드코로나’ 방역체계 전환이 임박한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기도 하다.

새시대를 준비하는 화장품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한 즈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복기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미래를 재점검해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아모레퍼시픽 제공]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터닝포인트

아모레퍼시픽, 해외산업 통해 K-뷰티 이끌다

아모레퍼시픽의 성공요인은 크게 ‘혁신’과 ‘글로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사 초기부터 일본 화장품회사인 시세이도의 선진기술을 수입해 성장했을 정도로 ‘글로벌’은 아모레퍼시픽의 혁신 동력이 돼 왔다.

1987년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서경배 회장도 글로벌 마켓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34세에 태평양 대표이사가 된 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에 뛰어 들었다.

서 회장은 1990년부터 자회사 구조조정과 자산확보를 통해 글로벌 사업에 재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2020년까지 매출 11조원, 세계 7위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히며 특유의 저돌적인 글로벌 경영을 펼쳐왔다.

서회장의 원대한 꿈은 빈말이 아니었다. 2002년부터 공격적인 해외사업 투자를 가속화시키면서 2020년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현지법인은 23개를 돌파했다.

그는 설화수, 아이오페 등에 이어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뛰드 하우스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마켓을 넓히며 K-뷰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 '설화수'의 뉴 자음생 크림​​​​[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 '설화수'의 뉴 자음생 크림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2017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백화점에 설화수를 입점시킨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뷰티의 성지’로 불리며 프랑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백화점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프랑스 파리 진출은 아모레퍼시픽의 오랜 숙원의 마침표를 찍은 사업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1988년 ‘순(SOON)’을 통해 처음 프랑스에 문을 두드렸다. 이어서 1990년에는 코스메틱밸리로 유명한 샤르트르에 ‘리리코스’ 브랜드를 진출시켰지만 콧대 높은 프랑스 시장을 극복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서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2004년 샤르트르에 3만평 규모의 설비공장을 갖추고 끊임없이 프랑스 시장을 공략한다. 2011년 8월에는 30개국 68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프랑스의 글로벌 향수브랜드 ‘아닉구딸(현 구딸파리)’을 인수한다.

 

◇성공과 위기

뼈 아픈 중국시장 침체와 온라인채널 늦장대응

서회장 특유의 저돌적인 글로벌 사업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다. 아모레퍼시픽의 견고한 성장세는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의 해외사업 성공 덕분이었다.

하지만 화장품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명성은 중국 사드사태와 함께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중국의 한한령이 본격화 되면서 영업이익은 2017년 7315억원, 2018년 5495억원으로 감소해 2019년에는 4932억원을 기록하며 주가도 급락한다.

그러나 중국시장의 침체보다 온라인채널에 대한 서회장의 늦장대응이 실적하락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한령에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관광객의 급감하자 ‘오프라인’ 채널의 한계가 뚜렷해진 것이다.

여기에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공격적인 도전이 거세지면서 아모레퍼시픽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실적까지 약세가 예상되면서 주가급락이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회장이 말한 ‘뉴뷰티’를 구축해 위기를 타진할 수 있을까.

아모레퍼시픽그룹 76주년 기념식에서 서경배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그룹 76주년 기념식에서 서경배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향후과제

서경배의 야심찬 ‘뉴 뷰티’는 성공할 수 있을까

서경배 회장은 178년 장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파산한 ‘토마스 쿡’을 예시로 들며 “고객이 변하고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과거 성공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회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고객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유통채널 개선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미 2019년부터 온라인 플랫폼간 협업과 H&B 등 납품을 확대해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중 37%는 자사 가맹점 외 온라인 마켓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설화수는 동남아 최대 온라인 플랫폼 쇼피에 진출하고 헤라가 싱가포르 세포라 닷컴에 입점하는 등 적극적인 디지털전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요기요’와 손잡고 퀵커머스 배달서비스에도 진출해 이목을 끌었다.

서회장은 사업 포토폴리오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서회장은 지난 3일 아모레퍼시픽 76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바이오, 더마 등 고기능 영역과 건강을 위한 웰니스 카테고리를 집중 육성해 삶의 모든 순간을 아우르는 라이프 뷰티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기능성 화장품에 강한 ‘코스알엑스‘의 지분 38.4%를 인수한 이유도 여기 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ODM업체와 중국 등 해외 기업의 성장이 거센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의 비즈니스 역량이 도마에 오른 것”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이 유통채널과 사업 다각화 전략에 열을 내고 있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서회장은 특유의 저돌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IMF 위기를 극복하고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우뚝 세웠다. 이제 새로운 위기를 맞은 서회장이 돌파구를 찾아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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