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GM·포드와 동맹 맺어
-스텔란티스, 삼성SDI와의 합작사(JV) 설립 유력
-전기차 시대 연 테슬라, 전통 완성차 업계 위협...배터리 기술이 미래 주도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개발 중단을 선언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가격이 전기차 원가의 무려 4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의 증가로 배터리용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공방은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의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배터리의 용량이나 수명과 같은 기술력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신소재로 생산 비용을 낮추거나 수명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고 선도하는 업체가 결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이후 LG엔솔)과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함으로써 전기차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이 모두 1위인 국가다. 게다가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관련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손꼽힌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K-배터리 업체들과 손잡고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전기차용 배터리팩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SDI는 기존의 팩 공장을 확대하거나, 인근에 셀 공장을 설립하는 등의 방안으로 합작사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란티스가 미국에서는 디트로이트를 거점으로 전기차 생산 로드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는 삼성SDI가 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이후 SK이노)은 포드와 5월 20일 6조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엔솔은 4월 GM과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제2합작공장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합작공장 이외에도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단독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완성차업계, 배터리 업체들과 '합종연횡'...배터리 업체, 소재 내재화율 강화로 경쟁력 높인다
완성차 업체들이 하루라도 빨리 글로벌 시장에서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 배터리 업체들과 합종연횡을 맺고 개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데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바로 위기감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 주체가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아닌 '테슬라'라는 점은 완성차 업체들이 언제든지 신생 기업에 의해 밀려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두 자리를 차지하려면 전기차 생산 규모를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선진 기술을 탑재한 배터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토요타 등이 앞다퉈 배터리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체들은 소재 내재화율을 강화하고 나섰다. 자체 생산을 늘려 경재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배터리 용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인 니켈 확보를 위해 지난달 호주 레이븐소프 지분을 인수했다. 포스코는 배터리 소재인 양·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LG엔솔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OPM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120억원을 투자했으며 LG화학은 4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핵심 부품인 동박을 제조하는 중국 지우장 더푸 테크놀로지에 지분을 투자하며 배터리 소재 분야 밸류 체인 강화에 나섰다.
SK이노는 배터리 성능 향상과 안전성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을 생산하는 자회사 SKIET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SKIET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분리막 수요에 발맞춰 최근 1조1300억원을 투자해 폴란드에 3공장과 4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업계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원재료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지난달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이차전지 세미나 'NGBS 2021'에서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생산·공정 기술에 있어 중국 등과 차별화돼있지만 원부자재 비용 절감이 숙제로 꼽힌다"면서 "이 부분이 보완되면 앞으로 10년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배터리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