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상장피’ 논란에 은행 면책 요구 거부까지…가상화폐 거래소,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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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상장피’ 논란에 은행 면책 요구 거부까지…가상화폐 거래소,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7.02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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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피가 대체 뭔데?” 서로에게 칼 겨눈 가상화폐거래소와 코인 프로젝트, 소송전 가나
- “가상화폐 관련 면책 없다” 강경한 금융위, 자칫하면 가상화폐 거래소 전멸할 수도

실명계좌 발급에 사활을 건 가상화폐 거래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잡코인’ 정리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충수가 됐고 금융당국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운명의 날’인 9월 24일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의 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현재 4대 가상화폐 거래소라 불리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도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무더기 상장폐지는 이를 염두에 둔 행보라 보고 있다. 가상화폐 숫자·저신용 가상화폐 거래가 많을수록 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더기 상장폐지에 반발한 코인 프로젝트가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라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상장피’ 논란까지 터지며 가상화폐 거래소의 앞날에 먹구름이 꼈다.

그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의 가상화폐 관련 면책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실명계좌 발급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재계약만 기다리는 가상화폐 거래소에게는 악재다.


무더기 상장폐지 여파, 어디까지 이어지나…소송전 예고에 이어 상장피 의혹까지 터져


최근 가상화폐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것은 ‘상장피’ 논란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상장을 명목으로 코인 발행사 측으로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마케팅을 내세워 코인 납부를 의무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오래된 관행으로 여겨진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의 쌍두마차인 업비트와 빗썸 역시 상장피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업비트는 총 24개의 가상화폐를 상장폐지하겠다 발표했다. 문제가 된 것은 상장폐지된 코인 중 하나인 ‘피카’다.

상장폐지 발표 이후, ‘피카’를 발행한 피카 프로젝트는 업비트가 상장 당시 상장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피카프로젝트는 “텔레그램을 통해 2억 5000만원에 해당하는 피카 아트머니 토큰을 업비트 개인 지갑으로 보내달라 요청 받았다”며 “상장의 대가로 현금을 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시세에 따라 2억 5000만원 상당의 토큰을 이벤트 물량으로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비트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당연한 질의사항도 요청할 수 없는 수직적 관계에서 상장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피카 프로젝트의 주장에 따르면 업비트는 마케팅을 구실로 삼아 받은 2억 5000만원 상당의 코인 중 3%는 사용하고 97%는 고가에 매도해 수수료 외 별도 수입을 얻었다.

업비트는 이에 정면으로 반박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잡음이 나오고 있다. 피카 프로젝트는 법무법인 은율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피해보상 요구 소송과 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이러한 논란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앞둔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뢰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 피카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픽셀·퀴즈톡 프로젝트 측도 피해자를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상장된 코인 숫자가 많을수록 그리고 저신용 거래가 많을수록 계약 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를 위해 다소 무리하게 무더기 상장폐지를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이 역량껏 선택할 일, 면책 없다” 단호한 태도 일관한 금융위, 은행권 몸 사릴까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겪고 있는 고난의 행군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관련 면책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은행권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 사고와 관련해 면책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사항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만약 자금세탁 문제가 생기더라도 은행이 실명계쫘 발급 심사 과정에서 중과실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태도는 강경하다. 지난 1일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자금 세탁이나 테러 자금에 대해 면책을 준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은행이 자금세탁 등의 신고를 잘못했을 때 생기는 패널티가 엄청나기 때문에 은행들이 조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 부분의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은행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명계좌를 주는 것이고 괜히 잘못했다가 이익 몇 푼에 쓰러지겠다 싶으면 못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판단은 은행이 하는 것이지 금융당국이 할 수는 없다”며 “그 정도도 할 수 없으면 은행 업무를 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케이뱅크 등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손잡은 시중은행은 예상과 달리 큰 이익을 얻지 못했다. 자칫하면 하이 리스크-로우 리턴이 될 수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 입장에서도 곤란할 것”이라며 “은행은 기본적으로 리스크 최소화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리스크가 커진다면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금융당국의 입장에 따라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은행 역시 숙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입장에서는 애가 타는 상황이다.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폐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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