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에너지 산업 M&A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본격적인 사업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정KPMG(회장 김교태)가 18일 발간한 보고서 'M&A로 본 에너지 산업'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에너지 산업 M&A 거래건수는 449건, 거래액은 1485억달러로 거래액의 경우 직전 분기 대비 10배, 전년동기대비 3배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2020년 2분기 에너지 산업 M&A 거래액은 146억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0년 3분기 에너지 산업 M&A 거래액은 1485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900% 이상 반등하며 에너지 산업 M&A 대기 수요가 폭등했다.
삼정KPMG는 “코로나19로 기존 에너지 산업의 메가 트랜드가 가속화되면서 미래의 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발 빠른 움직임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은 전기화 및 디지털화, 탈탄소화, 분산화의 흐름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에너지 시장에서 5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국제석유기업, 산유국영기업, 대형 유틸리티, 빅테크, 재무적투자자의 최근 M&A 동향을 분석했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지난 5년간 총 132건, 864억달러 규모의 적극적인 인수 전략을 펼쳤다.
2019년엔 거래액이 170억달러였으나 2020년에는 292억달러 규모에 이르며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
쉐브론은 천연가스 기업인 노블에너지를 127억달러에 인수했으며, 토탈도 신재생 에너지와 전력 분야 사업 확장을 위해 다이렉트에너지의 지분 74%를 257억달러에 취득하는 등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로 사업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유국영기업들이 최근 5년간 인수자로 참여한 딜은 국제석유기업에 비해 건수나 규모면에서 소극적이었으나 매도자로서는 활동이 활발했다.
특히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는 2019년 19건의 자산을 매각했으며, 2020년 10월까지 총 15건, 10억달러 규모의 매각을 진행하며 막대한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틸리티 기업들의 M&A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016년부터 재생에너지 딜이 매년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지난해 10월까지 재생에너지 딜은 89%에 육박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정책으로 공급인증서 구입 등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지키기 위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틸리티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유지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에너지 산업 다운스트림인 발전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도적인 IT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 자사 사용 전력의 100%를 충당하는 캠페인인 ‘RE100’에 참여하고 있는데, 구글은 이미 2017년에 목표를 달성했으며, 2019년엔 18개국의 태양광·풍력 프로젝트에 20억달러를 투입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단행했다.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금은 태양광과 풍력에 몰렸다.
골드만삭스는 2019년 웨스트포드 솔라 인수했고, KKR은 지난해부터 인도내 태양광 프로젝트 5곳을 인수하는 등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다.
크레딧스위스와 UBS는 각각 독일 아르코나 풍력단지와 3개의 텍사스 풍력단지를 인수하는 등 풍력에 투자하고 있다.
삼정KPMG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재무적투자자가 재생에너지에 주목하는 이유로 “ESG 경영 강화, 각국의 정책적 드라이브 등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기업의 벨류에이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정KPMG 에너지 산업 M&A 리더 김광석 부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지고 있으며, 이는 업계 리더들의 선제적인 M&A로 귀결되고 있다”며 “에너지원 중에서는 신재생과 가스, 밸류체인에서는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M&A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부대표는 “국내 기업들 역시 민첩하고 적극적인 M&A전략을 통하여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