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억 미지급금·노사 갈등 해결이 관건
이스타항공의 재매각 협상이 조만간 판가름 날 것으로 알려져 기사회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중 이스타항공의 인수 후보 기업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최근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임직원 간담회를 열고 M&A 진행 과정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 측은 "한 중견기업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기업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중견기업은 매각 주간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이스타항공에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협상이 비밀리에 추진되는 만큼, 인수 주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호남에 기반을 둔 건설사'로 점치고 있어 중흥건설과 호반건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회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체불 임금과 운영비 등 2400억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을 갚을 여력이 없다. 게다가 셧다운 장기화로 인해 항공 운항증명(AOC)도 정지된 상태다.
회사 측은 재매각을 통해 자금을 수혈한 뒤 법정관리를 신청, 회생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인수가 불발되면 법정관리 신청 시 기업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인수 후보 기업은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부채와 노사 갈등 등 각종 리스크에 부담을 느껴 최종 인수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스타항공의 노사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조종사노조 측은 지금이라도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사측은 지난 10월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했다. 이중 40여명은 지난 1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박이삼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느 인수 기업이든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 대환영이다"라며 "대신 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이 문제라면 얼마든지 순환무급휴직을 받아들이고, 체불임금 일부도 반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종사노조는 오는 1월 초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의 딸이자 이스타항공 이사였던 이수지씨 등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앞서 경영진이 제주항공과의 M&A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구조조정을 강행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이유다.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국회 앞에서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철회와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