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농심, 삼다수와 결별 8년…신동원 '1조 백산수'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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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농심, 삼다수와 결별 8년…신동원 '1조 백산수' 이뤄질까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0.1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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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제주삼다수' 판매 협약 종료 후 '백산수'로 중국시장 공략
- 2025년 매출 1조원 목표...'제2의 삼다수 신화' 달성에 업계 주목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농심이 '제주삼다수'와 유통계약을 해지한 지 8년이 지났다. 당시 농심은 제주삼다수를 통해 생수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만큼 제주삼다수와 결별하게 된 것은 뼈아픈 결과였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생수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시장 확대에 힘을 쏟아왔다. 

신 부회장은 “지난 50년간 농심이 라면으로 '2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 100년 농심의 역사는 생수가 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생수시장 경쟁은 극도로 치열한 상황이다.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올해 1조원에 달하지만, 그만큼 참여 기업이 적지않다. 

신 부회장이 '제주삼다수'에 이어 야심차게 선보인 '백산수'를 1위 생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여정이 멀고 험난해 보인다.


제주삼다수 제품이미지
제주삼다수 제품이미지

◆ 그날

농심 '제주삼다수' 판매협약 종료...소송전에도 패배

2012년 12월 14일 농심과 국내 1위 생수브랜드인 '제주삼다수'의 판매협약이 종료됐다. 

'불공정 종속계약'.

오재윤 전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판매협약 종료 이유였다. 

오 사장은 "2007년 이전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양사 협의로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었다"며 "2007년 12월 15일에 체결된 농심과의 '제주삼다수' 판매협약 내용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경영목표 및 의지와는 무관하게 해마다 자동연장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사장은 "이 때문에 농심이 일방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는 불공정 종속계약이 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농심은 '제주삼다수'를 통해 생수업계에서 14년 동안 1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유통권이 광동제약으로 넘어간 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소송을 벌이게 됐다.

2011년 제주도 의회는 제주도개발공사와 농심 사이의 삼다수 유통대행 계약이 농심에 독점적 판매권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이와 함께 삼다수 판매 유통을 민간사업자에 위탁할 경우 일반 입찰을 거치도록 했다.

이를 놓고 농심은 2011년 12월 제주도를 상대로 조례 무효 확인과 조례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2012년 1월에는 제주도개발공사를 상대로 '제주삼다수' 공급중단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12년 3월, 제주도개발공사는 삼다수 판매회사 입찰을 실시했고 광동제약이 판매권을 따냈다. 

2012년 10월 대한상사중재원 중재판정부는 '제주도개발공사와 농심 사이의 판매계약이 같은 해 12월 종료한다는 판정을 내리고 중재비용을 농심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농심이 소송전에서 패한 것이다. 

그렇게 농심은 '제주삼다수'를 잃었다.


농심 백산수 이미지.
농심 백산수 이미지.

◆ 그후

농심의 새 얼굴 '백산수' 출시…중국시장 발판 삼아 성장

삼다수와의 판매계약이 종료되자마자 신 부회장은 바로 '백산수'를 출시했다. 생수사업이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질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생수사업에 관심을 갖고 수원지를 찾는데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노력으로 삼다수의 공백을 재빠르게 메꿀 수 있었다.

하지만 '백산수'가 삼다수의 공백을 완전히 채우지는 못했다. 농심의 2013년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7% 감소한 2조866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다수의 부재'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부회장은 생수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2015년 중국 연변 백산수공장에 2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25만톤의 백산수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당시 국내 생수 제조업체 가운데 최대의 생산능력이다.

더불어 중국 대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대형매장에 '백산수'를 입점하며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그 결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생수시장은 2017년 기준 1579억 위안(한화 약 26조원)까지 성장했다. 농심은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중국 전역에 확보된 1000여 곳의 라면 대리점 판매망에 생수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박준 부회장은 “수원지인 백두산에서 가까운 동북 3성 지역과 베이징·상하이 등 동부 대도시를 핵심거점으로 중국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 내 '백산수' 매출은 2018년 23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는 2017년 대비 15% 늘어난 수치다.

국내시장에서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실내 생수소비량이 증가한 것이 '백산수' 성장을 이끌었다. 

농심은 2020년 상반기 '백산수'를 통해 음료 부문에서 6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의 4.8%에 해당된다.  


◆ 그리고 앞으로

'백산수' 매출 1조원, 과연 달성할까

신 부회장은 2025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백산수'를 통해 1조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생수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진 상황에서 '백산수'가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만만치 않다. 현재 롯데칠성의 '아이시스'가 14%의 점유율로 업계 2위를 유지하고 있고, 다양한 유통 업체에서도 PB생수 제품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PB생수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쿠팡의 PB제품인 '탐사수'는 PB 가운데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농심 측은 국내 시장에서 1인 가구를 겨냥한 1리터 용량의 '백산수'를 출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국내 생수시장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생수 제품이 부족한 만큼 백산수 1리터 제품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심 백산수 1L 이미지.
농심 백산수 1L 이미지.

농심 관계자는 "1리터 제품이 대다수 생수 업체에서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인 만큼 '백산수'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심은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백산수'의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농심은 1999년부터 한중일 바둑기사가 참여하는 국가대항전 형식의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운영하며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신라면 매출 40배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 최근에는 '백산수배 시니어 세계바둑최강전'을 창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채비를 마쳤다.

삼다수와 결별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농심은 '백산수'를 통해 고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신 부회장이 치열한 생수시장에서 '백산수'를 기업의 중심축으로 만들며 '제2의 삼다수 신화'를 써 내려갈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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