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뉴리더 4인방, 재계 모임 '세대교체' 앞장...공공이익 중심 새 단체 탄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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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뉴리더 4인방, 재계 모임 '세대교체' 앞장...공공이익 중심 새 단체 탄생하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7.22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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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총수들, 새로운 시대에 맞춘 모임 시작...2차 총수 회동 시발점
‘전기차 배터리’ 협력 넘어 UAM, 로봇, 친환경차 등 협력 확대 나서
이재용, 현대차 남양연구소 답방...재계 총수로는 처음
한국판 뉴딜, 사법 리스크 등 문재인 정부 기조도 재계 모임 기폭제
수명 다한 전경련 이후 재계 대표 단체 필요성 대두
이재용 포함 뉴리더 단체...최태원 역할론, 정의선 정부 가교
문재인 정부로서도 한국판 뉴딜 등 성공 위해 뉴리더 도움 절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과 릴레이 회동을 갖고 미래성장동력 협력 방안 논의에 들어가면서 '재계 뉴리더 연합'이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로 재계 대표단체 자격을 상실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후 새로운 형태의 재계 모임이 이들 뉴리더 4인방을 중심으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21일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2차 회동을 갖고 전기차 배터리 뿐만아니라 자율주행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다각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5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전고체(全固體) 배터리 등에 관해 논의한 데 이어 미래성장동력 전반에 걸쳐 협력 분야가 확대된 것이다.

다른 대기업 총수가 남양연구소를 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이다. 재계 1~2위 총수의 만남이라서 더욱 상징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심장부'를 방문한 것은 그만큼 두 총수가 신뢰관계가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경련 시대를 대표했던 1·2세대 경영인들이 은퇴하거나 별세한 이후 4대 그룹 총수 모임은 전무했던 터라 재계 3·4세 뉴리들이 실용주의 관점에서 연대에 나선 것은 새로운 재계 모임이 만들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신년 모임에서 만난 4대그룹 총수들. 사진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연합뉴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융합이 중시되는 4차산업혁명시대 환경에서 총수간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젊은 총수가 주축이 된 새로운 재계 단체 필요성이 커졌다. 단지 폐쇄적 이익단체가 아닌 사회에 기여하는 공동 연구 및 공공 발전 성격을 지닌 오픈 모임은 명분도 있다"고 밝혔다.

뉴리더 모임에서 '맏형'격인 최태원 회장의 역할론이 대두된다. 이들 뉴리더 4인방은 사석에서 '호형호제(呼兄呼弟, 형 동생 부르는)' 사이라는 점에서도 이미 인간적 신뢰관계는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재계 모임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의 이익에 방점을 두고 구체화된다면 최태원 회장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6월말 SK㈜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사회적 가치 실천의 선도적 역할을 지속했고, 다양한 실험들이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자평하며 “요즘 ‘지속가능’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절박감이 사뭇 달라졌다. SK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지속가능한 행복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위협이 기업과 사회를 막론하고 개인의 최소한의 안녕을 책임지는 안전망이 위협받고 있어 기존과는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해외에서는 이미 공공이익에 기반한 재계 모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뉴리더들은 소통을 중시하고 실용, 융합, 오픈이노베이션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또한 뉴리더 4인방은 모두 해외 유학파로서 글로벌 시각과 함께 IT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도 향후 미래성장동력에 상호 협력할 토대가 형성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1차 총수 릴레이 회동의 공통분모가 ‘전기차 배터리’였지만 향후 협력 분야는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차 회동에서 UAM, 친환경차, 로보틱스 등 분야로 협력 확대를 타진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이 2차 회동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 재계 총수에 대한 '사법 리스크' 등 국내 환경도 뉴리더 모임 가속화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미래차는 ‘한국판 뉴딜’에서 핵심 육성 산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뉴리더 입장에서도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상호 협력 체제 구축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까지 23차종 이상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2025년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확보해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삼성, SK, LG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린 뉴딜' 비전에 대해 영상으로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등이 이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청와대에 뉴리더 4인방과의 상호 협력을 공식화한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정부와의 소통 창구 역할로도 손색이 없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모임에서 '현대차 홍보대사'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우호적이다.

전경련 이외 대한상공회의소, 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주요 단체가 있지만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뉴리더 4인방 중심의 새로운 모임 주도 가능성을 크게 열고 있다.

전경련 시절의 정주영 현대 회장과 이병철 삼성 회장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등 기존 단체가 2차 산업혁명 제조업시대의 친목단체 또는 정부 산하기관 역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새로운 비전과 사회적 책임이 달라진다. 뉴리더들이 '꼰대문화'가 지배하는 기존 재계 단체에서 어떤 역할도 하기 힘든 구조"라고 전했다. 

전경련은 한때 재계 대표 단체였다. 초대 삼성 이병철 회장을 비롯, 현대 정주영, LG 구자경, SK 최종현, 대우 김우중 등 5대그룹 총수들이 차례로 회장을 맡았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적폐' 취급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경련 패싱'이 일상화됐다.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을 그나마 지키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

결국 ‘재계 세대교체’가 40~50대 3·4세 젊은 오너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뉴리더들은 선대회장 시절의 권위와 형식주의를 과감히 탈피해 소프트 파워 리더십으로 실용주의 노선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때 최태원 SK 회장이 대동강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일행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이들 뉴리더들의 소탈한 모습은 지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때 재계 대표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드러났다.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국 출장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은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잡혔다. 함께 백두산을 오르고 대동강변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등 과거 선대 회장 시절과는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재계 1위 삼성이 빠진 재계 모임은 위상이 제한적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재계 뉴리더로서 '한국판 뉴딜' 등 정부 정책에 앞장 선다면 정부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정부도 민간기업의 참여 없이 '한국판 뉴딜'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 

삼성의 '디지털 뉴딜', 현대차의 '그린 뉴딜' 양대 축은 '한국판 뉴딜'의 완성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언택트 시대'도 뉴리더들의 공간을 넓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함된 새로운 재계 모임이 공공이익 사회발전 연구를 중심으로 탄생한다면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총수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 뿐만아니라 중견기업에서도 70년대 전후 뉴리더들의 역할론이 커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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