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합상품 동등 제공, 초고속 인터넷 커버리지 확대 등...이용자 보호 조건 붙어
- 과기정통부, 방송분야의 합병은 방통위에 사전동의 요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을 조건부 인가했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 여부는 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사전동의 절차만 남게 됐다. 과기정통부의 심사를 넘으면서 막바지 절차에 돌입한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SK텔레콤과 태광산업 등이 신청한 합병 및 주식취득 인가에 대해 ‘조건부 인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가 부가한 조건은 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 결합상품 동등 제공 ▲ 초고속 인터넷 커버리지 확대 등이다.
과기정통부는 조건부 인가를 결정하면서, 방송분야의 합병 변경허가 및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건에 대해선 방통위의 사전동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는 심사위원회에서 조건 부과를 전제로 적격으로 판단함에 따른 절차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태광산업이 운영하는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기 위해 지난 5월9일 과기정통부에 심사를 신청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사전협의,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통신분야 전문가 자문단의 의견 청취와 방송분야 심사위원회의 심사 등도 거쳤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변화하는 방송통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자의 자발적 구조개편 노력에 대해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과 이용자의 편익 향상, 방송의 공정성 제고 등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 인가·허가 등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의 SKB 주식취득...조건 없이 승인
◇SKB의 티브로드 합병, 결합상품 '동등 제공' 조건 부과
과기정통부는 태광산업의 합병법인(SKB) 주식취득은 심사기준을 모두 충족, 조건 없이 인가하기로 결정했다. 태광산업은 기간통신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다. 합병법인(SKB)을 지배하는 최대주주(SKT 74.37%)가 별도 존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과기정통부는 SKB의 티브로드 합병의 경우, 경쟁 제한과 이용자 이익 저해 등의 정도가 인가를 불허할 정도로 크다고 보기는 어려워 합병은 인가하기로 결정했으나, 통신시장의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인가조건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의 결합상품 경쟁력이 이번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이 강화돼,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지배력 유지·강화가 우려된다는 점이 고려됐다.
과기정통부는 KTㆍLG유플러스와 알뜰폰 사업자들의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결합상품 동등제공, 결합상품 할인 반환금(위약금) 폐지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
홍진배 통신정책관은 “심사과정에서 SKB의 최대주주인 SKT가 피합병인 311만명의 티브로드 케이블TV 가입자를 대상으로 결합상품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동통신 점유율이 상승하고 가입자 고착(Lock-in) 효과가 증가하여 지배력이 유지·강화될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조건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지배력 유지·강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붙였다.
SK브로드밴드는 23개 권역에서 다른 KTㆍLG유플러스에 케이블TV 상품을 SKT에 제공하는 것과 동등한 조건으로 제공해야한다. SKT의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에도 유·무선 결합상품을 SKT에 제공하는 것도 동등한 조건 제공해야하는 조건이 부과됐다.
또한, 유선통신(초고속인터넷, 시내전화, 인터넷전화)과 케이블TV 간의 결합상품에 대해 SKB는 합병일로부터 3년 이내에 신규 가입하거나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1회에 한하여 결합 해지에 따른 할인 반환금(위약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합병 이후 가입자 고착 효과가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조치다.
홍진배 통신정책관은 이 같은 조건에 대해 “SK텔레콤이 가진 이동전화 시장지배력이 크기 때문 부과된 조건”이라며 “다른 통신사업자보다 누적 영업이익이 많은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티브로드 가입자 311만명 중 256만명은 ‘온리(Only) 케이블’ 가입자인데,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과도한 마케팅이 벌어질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케이블 이용자가 피해를 받았을 때 위약금 부담 없이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조건인 셈이다.
티브로드의 케이블TV 가입자를 부당한 영업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도 부과됐다. 케이블TV 가입자를 SK텔레콤의 결합상품으로 전환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인을 경계한 조건이다.
또한, 양사가 주요 인프라를 공동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통신재난관리계획’을 보완할 것을 제시했다. 농·어촌 등 음영지역에 초고속인터넷 커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한 이행계획도 세워 2022년까지 시행해야한다.
◇방송분야, 점수부여 방식으로 평가 진행...700점 넘어 ‘적격’ 판단
◇인수여부는 방통위에 넘어간 ‘인수여부’
과기정통부는 합병 변경허가 및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과 관련, 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법정 심사사항’을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세부 심사항목’과 ‘심사 주안점’을 마련, 세부 심사항목별 배점을 부여하는 평가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는 총점 1000점에 변경허가‧승인 기준점 700점으로 잡았다. 과기정통부의 평가 결과, 이번 인수‧합병이 755.44점이 넘어 적격으로 판단했다.
홍진배 통신정책관은 “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방송통신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의 실현을 통해 혁신의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며 “조건 부과를 통해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시청자 권익보호, 공정경쟁 및 상생협력 등에 관한 인수‧합병의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사에선 지난 LGU+의CJ헬로 인수 과정에서 논의됐던 방송의 공정성‧지역성,시청자의 권익보호, 사회적 책무이행 등이 동일한 수준으로 논의됐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방송법에 따라 합병 변경허가에 대해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향후 방통위 의견을 반영한 상세한 심사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홍진배 통신정책관은 “방통위에서 세부적인 심사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며 “사전동의 기간은 가급적 빠른 시간 내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SK스토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에 대해선 상생협력 강화 필요성과 데이터홈쇼핑 도입 취지 등을 고려, 중소기업 상품에 대한 편성 비율ㆍ데이터방송 활성화를 위한 투자계획 수립 등에 관한 조건을 부과하여 조건부 승인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