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재업계 관계자들, "국내 사용 탄소섬유는 국내서 생산해 공급 중"
'한국 유일 탄소섬유 제작' 효성첨단소재도 고품질 탄소섬유 개발 위해 박차
일본이 2일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 리스트'서 한국을 제외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품목에 '탄소섬유'가 포함돼 우리 정부가 올 초부터 적극 추진 중인 수소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소차(현대차 넥쏘)에 탑재되는 타입4 수소탱크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소재가 탄소섬유기 때문. 일본은 세계 최고의 탄소섬유 기술력을 가진 국가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소재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같은 우려가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녹색경제와 통화한 한 소재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탄소섬유 수출을 제한하면 수소탱크 제작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좀 과장됐다"며 "국내서 제작하는 타입4 수소탱크엔 국내서 생산된 탄소섬유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국내서 타입4 수소탱크를 제작하는 업체는 일진복합소재로, 도레이첨단소재로부터 탄소섬유를 전량 공급받는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업체인 도레이의 자회사. 하지만 도레이첨단소재는 단순 판매법인이 아니라 탄소섬유를 '국내(구미 공장)서 직접 제작'해 일진복합소재 등에 공급하는 업체다.
도레이첨단소재 관계자는 "한국에서 연간 4700여톤의 탄소섬유를 생산한다"며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탄소섬유가 포함될 경우 포함) 탄소섬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도레이첨단소재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탄소섬유 생산 시 필수 원료인 프리커서(Precursor)를 공급받는 문제에 대해서도 "거래선에 대해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탄소섬유 생산과 일본 수출규제 조치는 무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른 소재업계 관계자는 "프리커서 등은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탄소섬유와 달리 프리커는 전략물자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출규제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걱정을 덜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반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일본이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를 경제영역으로 가져 왔듯, '도레이첨단소재'가 일본업체의 자회사이니 도레이첨단소재의 탄소섬유를 사용하지 말라는 요구가 정치권과 시민사회서 등장할 수 있는 것.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이니 만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마침,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인 효성첨단소재(효성)도 있다.
효성은 연간 2000여톤의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유일업체다. 효성보다 1년 이른 2012년에 탄소섬유를 생산하기 시작한 태광산업은 현재 탄소섬유를 만들고 있지 않다.
효성은 현재 타입4 수소탱크 제작업체인 일진복합소재, 수소차 제작업체인 현대차와 함께 탄소섬유 품질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효성 관계자는 "아직 가장 높은 품질을 요하는 항공과 자동차 분야에서는 일본업체들의 탄소섬유가 꽉 잡고 있는 실정이라 시간이 좀 필요한 상황"이라며 "건설이나 레저 분야에서는 우리가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재업계 관계자는 "효성이 도레이 등 일본업체보다 몇 십년 늦게 탄소섬유를 생산한 것치고는 품질이 우수하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품질이 도레이첨단소재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결국 수소탱크를 주문하는 현대차와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도레이첨단소재가 탄소섬유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6개월 안에 효성이 제작한 탄소섬유로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전략물자인 탄소섬유는 철의 20% 무게로 강도가 10배나 강하고 탄성도 7배나 뛰어난다.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과 함께 향후 철의 대체재로도 손꼽히고 있다.
탄소섬유는 품질에 따라 사용되는 분야가 다르다. 가장 뛰어난 품질의 탄소섬유는 우주항공 산업과 풍력발전기용 블레이드, 자동차 부품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우주항공 분야에 사용되는 탄소섬유에서는 일본이, 풍력발전 분야에 사용되는 탄소섬유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