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 삼성전자 꺾고 1위 탈환 가능성 높아
- 도시바메모리,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 확대 계획 추진
국내 반도체 산업이 일본의 몽니에 발목이 잡히자, 글로벌 경쟁사들이 인력과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 주춤한 시기를 노려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포커스타이완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지난 최근 성명을 내고 "반도체 산업 내 고급 기술 개발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 말까지 3000명 이상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전기·기계·광전자·물리·화학·산업공학 등 반도체 전반을 아우르는 부문에 인력이 확충된다.
TSMC가 3000명 이상 신규채용에 나선 것은 198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알려졌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 기업이다. 이 분야 2위는 삼성전자다. 지난해 말 기준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50.8%, 14.9%였다.
TSMC는 또한 최근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 규제 품목으로 EUV 공정용 포토리지스트를 올리자, 이 분야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잇따라 발표했다. EUV 공정은 7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차세대 기법으로, 현재 TSMC와 삼성전자만 일부 상용화를 마친 기술이다. 두 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구도인 셈이다.
업계에선 TSMC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삼성전자의 추격을 이참에 더 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TSMC는 남부 타이난(臺南)산업단지에 새로운 EUV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한편 북부 신추(新竹)산업단지에 3나노 공정을 적용한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정부 인가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TSMC가 5G 이동통신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기존의 7나노와 5나노 생산능력도 확대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앞서 지난 5월 첨단 공정 반도체 제조를 위해 40억달러(약4조73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총 투자규모는 110억달러(약 13조원)로, 이 중 80%는 7나노(㎚), 5나노, 3나노 등 초미세공장에 사용될 예정이다.
미국의 인텔과 일본의 도시바메모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인텔은 지난 2017년부터 삼성전자에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올 상반기 매출 326억달러(약 38조6천억원)를 기록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약 30조원 추정)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1위’ 자리를 인텔이 다시 차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본의 수출규제로 사업 제한이 확실시되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은 사물인터넷(IoT)과 모바일 프로세서 분야에서 꾸준히 투자를 확대하며 올해 들어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도시바메모리는 최근 회사 이름을 '키옥시아(Kioxia)'로 바꾸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키옥시아는 일본어로 기억(메모리)을 뜻하는 '키오쿠(Kioku)'와 그리스어로 가치를 의미하는 '악시아(Axia)'를 합성한 의미를 담았다.
도시바메모리는 지난해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인수됐다. 도쿄증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도시바메모리는 1987년 낸드플래시를 처음 발명한 기업이다. 전세계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35%)에 이어 2위 점유율(19.2%, 전체 반도체 시장 9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과 브로드컴,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도 5G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해 첨단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첨단 기술·투자 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