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관련 은행권 제재 중 최고 수위... 경남銀, 부동산 PF 신규 대출 취급·신사업 진출 막혀
제재로 인한 실적 충격은 크지 않을 듯... 다만 미래 수익성·은행장 연임 가도에는 악영향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BNK경남은행이 3000억원대 횡령사고로 '역대급 제재'를 받은 가운데 이번 제재가 경남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의 실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미래 수익성과 예경탁 은행장의 연임 행보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300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에 대한 '일부 6개월 영업정지' 제재를 확정했다.
기관 제재와 함께 경남은행 임직원 28명에 대한 제재도 결정됐다. 횡령 당사자는 면직처리됐고 임직원은 견책에서 최고 문책경고까지 받았다. 경남은행 감사 역시 주의적 경고를 받았는데, 내부통제 문제로 은행 감사가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경남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관련 현장검사를 실시해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의 한 직원이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PF사업장의 대출금과 원리금 상환자금을 잇따라 빼돌려 유용했다는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해당 사고의 횡령액은 3089억원으로 이는 국내 단일 횡령액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경남은행에 대한 이번 제재는 내부통제 문제로 은행에게 내려진 제재 가운데 역대 가장 높은 수위인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일부 증권사만이 내부통제 문제로 동일한 징계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당초 금감원은 경남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를 '기관경고'로 의결했으나 금융위는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보다 높은 수준의 제재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되며 기관경고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이번 제재로 경남은행은 내년 5월 27일까지 반년 동안 부동산 PF 관련 신규 대출을 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향후 3년간 신사업 진출을 위한 금융당국의 인허가 또한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번 제재가 당장 경남은행의 실적과 건전성 등에 주는 타격은 강하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상황상 경남은행이 신규 PF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횡령사고와 관련된 손실은 '선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지방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지역자치단체나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이 없는 신규 PF 대출을 제한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분 영업정지로 인한 (경남은행의) 수수료수익 감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횡령사고와 관련된 경남은행의 순손실은 이미 재무제표에 반영됐으며 재무건전성에 미칠 추가 부담은 없다"며 "경남은행은 재무제표 재작성을 통해 2021년 이전과 2022년, 지난해 재무제표에 각각 257억원, 335억원, 3억원을 영업외손실로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경남은행이 이번 제재로 현재가 아닌 '미래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익성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신사업 진출 불가라는 걸림돌을 마주한 탓이다. 실제로 경남은행은 신규 사업모델 발굴을 위해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도 미술품 조각투자 전문기업 서울옥션블루와 아트 콘텐츠 제휴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이번 제재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예경탁 은행장의 연임 기상도에도 먹구름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예 행장 취임 전에 벌어진 횡령사고인 만큼 이번 제재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책임 소재에서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사후 처리' 측면에서는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어서다.
지난 7월 경남은행 이사회는 횡령사고 수습을 위해 직원 성과급을 일부 환수키로 결정하면서 노조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약 한 달 동안 일반적인 업무가 마비됐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성과급 환수결정이 번복되면서 갈등은 일단 소강 국면에 진입했지만 당시 예 행장 등 경남은행 은행 경영진은 "성과급 환수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부실한 의사결정 방식을 보여줬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 행장으로서는 이번 제재의 영향을 줄이면 줄일수록 연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제재의 충격파마저 적절히 다루지 못한다면 사후 처리 과정에서 금이 가버린 예 행장의 리더십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외부에서 리더십을 의심하는 행장이 연임되기는 쉽지 않다"면서 "예상보다 제재 수위가 강하게 나오면서 예 행장이 한층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