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로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
대손충당금 적립 통해 리스크 방어 나서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농협은행이 기업금융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는다. 5대 은행 가운데 기업금융이 가장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고물가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기업대출 연체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점은 농협은행에게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농협은행에게 남겨진 과제는 건전성 관리에 나서는 일이란 의견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든 더존비즈온의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지분 투자를 펼친 뒤에는 더존비즈온에 자사 직원을 파견해 기업 관련 노하우를 전수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농협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기업금융 경쟁에서 가장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의 올 7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22조2011억원이었는데 KB국민은행(42조2444억원), 신한은행(33조5623억원), 하나은행(33조3267억원), 우리은행(30조7386억원)과 비교하면 아직 초라한 성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기 대출 잔액 역시 올 7월 말 117조2075억원으로 국민은행(140조1682억원), 신한은행(138조248억원), 하나은행(137조4239억원), 우리은행(123조3310억원)에 비해 규모가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에 농협은행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투자금융부문을 기업금융부문, 투자금융부문으로 세분화했다. 기업고객부는 중소기업고객부, 대기업고객부로 분리해 기업금융 전문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중소·벤처기업 전문 M&A 자문사 브릿지코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브릿지코드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5260억원 규모의 M&A 매각 자문을 진행했고 연간 1260건이 넘는 중소·벤처기업 M&A 문의를 처리하고 있다. 브릿지코드는 농협은행의 기업 고객들에게 기업가치 평가, 거래구조 설계, 잠재 매수자 발굴 등 M&A 전 과정에 걸친 종합적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이 기업금융에 집중하면서 리스크 역시 부각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연체율이 악화된 것이다. 상반기 농협은행의 연체율은 0.44%로 위험 수위가 눈앞이다. 통상 대형 은행들은 연체율 0.5%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놨다는 입장이다. 리스크 방어에 충분한 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올해 상반기에 237.24%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이 178.9%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농협은행이 훨씬 높은 수준으로 부실채권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도 농협은행이 안전한 대출을 늘리면서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위험자산 증가를 관리하며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부실 규모가 심각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당분간은 경기불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부실 확대 위험에 대해 선제적으로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