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부위 발견해 소부품만 교체
인건비 높아지면서 효용 문제시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수리불가' 판정을 받은 전자기기를 고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튜버들이 고장난 기기를 중고시장에서 염가로 구매해 수리 과정을 영상으로 업로드한다. 비싼 기기거나 특이한 케이스의 경우 조회수는 100만도 쉽게 넘는다.
이같은 영상이 화제를 모는 이유는 기술자의 손놀림을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리불가' 판정이 많아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저 기기가 수리불가라고 해서 버렸는데"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공식 A/S 센터라는 것이 흔치 않던 과거에는 달랐다.
어린 시절 기자는 할아버지의 조수 노릇을 많이 했다. 할머니가 "미싱이 고장났어요"라고 하면, 할아버지는 "가서 뺀찌랑 네지마시(드라이버) 갖고 온나"고 말씀하시곤 고장난 물건들을 뚝딱뚝딱 고치셨다. 필수품 중 하나는 전기테스터기다.
전기테스터기는 두 개의 뾰족한 금속 작대기를 갖고 있다. 두 개의 작대기를 특정 부위에 갖다대면 전류가 얼마나 흐르는지 알 수 있는 도구다. 할아버지는 커버를 뜯어낸 전자기기의 여기저기에 테스터기를 대보고는 문제 부위를 찾아냈다.
이 테스터기는 요즘 인기몰이 중인 유튜버들의 영상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회로기판 곳곳에 테스터기를 갖다댄 후 "이 부품에 이상 전류가 흐르네요"라며 해당 부품을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주문해 교체한다.
전기공사를 잘 아는 기자의 지인 A씨는 "테스터기를 사용하면 원칙적으로 못 고치는 기기는 없다"고 말한다. 반도체처럼 아주 미세한 부품이 아닌 이상, 테스터기로 기판의 문제 부위를 알아낸 뒤 해당 소부품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S 센터에서는 툭하면 '수리불가' 판정을 내린다. 이유가 뭘까?
A씨는 '인건비'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스터기를 사용하면 회로판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라며 "조그마한 기판에 테스터기를 왔다갔다하는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때문에 요즘 A/S 센터에서는 어지간하면 기판을 통째로 교체하는 식으로 수리한다. 제조사가 기판을 더 이상 만들지 않으면 수리불가가 판정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효용 이상의 물건을 지니는 기기도 종종 있다. 소중한 사람이 선물한 것, 추억이 얽힌 물건 등이다. 이럴 때는 수리불가 판정에 좌절하지 말고 기술자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A/S 센터의 수리불가 판정은 '우리가 수리하지 않겠다'는 뜻일 뿐, 수리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