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대부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있지만, 성실히 의결권 행사를 하는 운용사는 별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2024년 1분기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펀드 의결권 행사 내역을 점검한 결과, 약 20% 정도만이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개정 사항'을 반영해 적절히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내부 지침과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했거나 불성실 공시로 행사의 적정성 판단조차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투자자 이익을 위해 충실하게 의결권을 행사하고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 법규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드러난 미흡한 사항은 각 운용사에 전달해 개선을 유도하고 향후에도 관련 점검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6일 1분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내역을 거래소에 공시한 274개에 대해 펀드 의결권 행사·공시 내역을 점검한 결과, 이 중 96.7%에 해당하는 265개사가 안건별 행사·불행사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행사·불행사 사유를 '자사 세부 지침에 근거함'으로 기재했으나 세부 지침을 공시하지 않거나, 찬성 사유를 '특이 사항 없음'으로 일괄해 기재했다. 또는 의결권을 일괄 불행사하면서 '주주총회 영향 미미' 등을 사유로 기재했다.
자산운용사는 펀드별 자산 총액 5% 또는 100억 원 이상 보유 주권 상장법인에 대해 펀드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충실하게 행사하고 펀드의 의결권 행사 내용, 의결권 행사 관련 내부 지침, 펀드별 소유 주식 수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또한, 운용사들은 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여부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관련 내부 지침을 공시해야 하지만, 274개 사 가운데 121개 사(44.2%)가 법규 나열 수준의 기본 정책만을 공시하고 세부 지침을 공시하지 않았다.
거래소 공시 서식 작성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전체 89.8%인 246개 사가 의안 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고, 의안 유형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는 233개(85.0%), 대상 법인과의 관계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는 198개 사(72.3%)였다.
금감원이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 판단을 위해 1582개 안건을 점검한 결과 344건(21.7%)만이 의결권을 내부 지침에 따라 적절히 행사된 것으로 파악됐다.
1124건(71%)은 의결권 행사 사유의 불성실 공시로 인해 판단할 수 없는 사례였다.
114건(7.3%)은 운용사가 1%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합리적 사유 없이 의결권을 불행사하거나 내부 지침과 다르게 행사하는 등 불성실하게 행사한 건이었다.
정관 변경안이 법규 위반 소지가 있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찬성하거나, 운용사 내부 지침에 반하는 임원 선임에 대해 찬성한 건 등이 발견됐다.
나아영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