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새로운 감독 수단 마련할 필요성 느껴"
"근본적으로 은행권 임직원 잘못된 의식 고쳐져야"
은산분리 완화 암시하기도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금융범죄에 관련해 "임직원의 의식과 행태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20개 국내은행의 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가 저하될 뿐만 아니라 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을 향한 이 원장의 직격은 최근 연달아 국내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올해에만 총 3건의 금융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앞선 3월 농협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109억4733만원 규모의 배임 사고를 적발했다. 이어 5월에는 각각 53억4400만원, 11억225만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공시했다. 이달에는 우리은행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 상당을 횡령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엄벌수단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으로 금융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선 임직원의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은행 임직원의 위법행위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법규와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새로운 감독수단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금융범죄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문화 정립에 대해 고민해보라며 은행권에 숙제를 안겨줬다. 이 원장은 "홍콩 ELS 사태도 보면 은행의 단기 실적위주 문화가 한 몫을 했다"며 "이번 기회에 은행이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체계를 마련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에 관해서도 은행권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시장이 원활한 구조조정, 자금 선순환 등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은행권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이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언급했다.
최근 불어나는 가계부채에 관해선 "가계대출이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스트레스 DSR 제도의 차질없는 시행을 위한 준비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산업의 발전을 위해 당국 차원에서의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인공지능(AI) 확대 등으로 전통적인 은행업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며 "혁신은 피할 수 없기에 은행의 부수 및 겸영업무 범위 확대 등을 위한 감독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앞으로도 국내 은행들이 금융시장의 중추로서 자리매김하려면 국민과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 또한 은행권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은행권을 향한 이 원장의 제언에 깊이 공감한다며 국민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혁신을 이룩하겠다며 당국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