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은행권에 의견 수렴할 듯
선진국은 이미 은산분리 완화하고 있어
국내 은행 이자이익 의존도 91.1%
"이번에도 논의 흐지부지될까 걱정"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은산분리' 완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비금융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명분도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당국의 방침을 내심 반기고 있다. 한편으로는 작년처럼 관련 논의가 다시 무기한 연기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당국으로부터 이에 대해 전달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작년 무기한 연기됐던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올해 다시 재개될지 은행들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측은 "조만간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기준을 놓고 현행 금융업종 관련성 외에 효율성 기준 등을 새롭게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가 검토 대상이다.
또,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범위를 현행 고유업무와 유사한 업무에서 더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역시 은행권과 논의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진출 불가 업종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지 여부 또한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
당국은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역설한 바 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전통적인 관념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은행에게 부적절한 처사"라고 말한 바 있다.
때마침 해외에선 이미 은행의 은산분리 빗장을 풀고 있어 당국이 규제 완화에 나설 명분도 확실하다. 미국의 경우 금융지주들이 증권자회사를 통해 벤처기업 주식을 100% 취득할 수 있다. 또, 중개업이나 데이터사업 등 금융과 관련된 회사 또한 자회사로 둘 수 있다. 일본 역시 투자전문회사를 경유해 벤처기업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당국의 움직임에 은행권엔 화색이 돌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고금리 시기 국민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이자이익을 추구하고자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등 은행 차원에서 수익 다각화 방안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에 가로막혀 한계가 명백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은행이 거둔 총이익 중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불과하다. 미국 은행들의 총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이 최근 5년간 약 30.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한편, 은행업계 안팎에선 당국의 태도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8월 당국은 국내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은산분리 완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다는 논리로 발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이미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았던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조차 기존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만약 은산분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시 당국이 또 민심을 근거로 논의를 뭉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은산분리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당국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하면 좋지만 선후관계가 정립되지 않아 이번에도 불발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