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일반 영업점 감소한 반면 VIP 점포는 증가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다년간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와 기업공개(IPO) 시장 경쟁 과열 등으로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부진해진 가운데, 고액자산가 고객과 자산규모는 늘고 있어 증권사 간 고객 선점을 위한 자산관리(WM) 부문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 침체와 기업금융 부문 수익성이 다소 위축되며, WM 부문이 영향력이 커진 듯하다"라고 했다.
이어 "초고액자산가 예탁 규모가 상당하고 개별 수요도 다양하므로 증권사별 전략도 점차 고도화되고 다양하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고액자산가 수와 자산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이상 100억원 미만을 보유한 고액자산가 수는 2022년 38만5000명에서 2023년 41만600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자산 100억원이상 300억원 미만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 수 또한 2022년 3만1000명에서 2023년 3만200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액자산가 고객 영업을 위해 증권사들은 전통적으로 부촌을 중심으로 VIP 특화 점포를 설립했다.
최근 몇 년간 증권사 일반 영업점이 줄어드는 추세와는 반대로,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슈퍼리치를 겨냥한 대형 프라이빗뱅커(PB) 센터의 개설 사례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NH투자증권은 서울 반포 지역에 새 금융센터와 지점을 열었다. 반포지점은 강남 부촌 아파트로 유명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에 위치하며, 해당 상가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KB증권이 입점해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선 '강남 특화 점포 설립' 외에도 고액자산가를 유치하고 WM 부문의 수익성 높이기 위해 각 사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업 전략이 동원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신한은행과 신한은행과 WM 협업 조직을 신설한다.
지난 3일 신한투자증권은 그룹 차원의 자산관리 사업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한 자산관리총괄 조직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을 모두 이용하는 고액자산가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 상품을 소개하고 제공하려는 조치로, 신한투자증권 정용욱 WM 그룹장이 은행과 증권 겸직으로 증권 자산관리부문과 은행 WM 그룹을 총괄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전략, 성과관리, HR(인적자원), 내부통제 등 그룹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역량을 'One WM'의 관점에서 추진하겠다"라는 계획을 전했다.
이어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틀을 깨는 혁신에 도전해 차별화된 통합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은 홍콩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국 주식 투자 서비스를 시작한다.
하나증권 WM은 홍콩 현지 증권사와 업무 협약을 통해 하나증권 계좌 개설부터 주식 투자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11일 하나증권은 홍콩 엠퍼러증권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 주식 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홍콩 엠퍼러증권은 1990년 설립된 홍콩 현지 증권사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증권사는 자산운용사 등 금융계열사와 함께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금융지주사 엠퍼러캐피탈 그룹의 100% 자회사다.
이병철 하나증권 WM 그룹장은 "홍콩, 싱가포르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쉽게 국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 프로세스 개선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WM 부문 수수료 수익 1위는 미래에셋증권으로 2293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1240억원), 삼성증권(1062억원) 순이다.
나아영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