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농협은행 최대 실적 내
금융범죄 터져나와 연임 불투명
지금까지 2년 이상 임기 이어간 행장 1명뿐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농협은행이 준수한 경영실적을 거뒀던 터라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3차례의 금융범죄가 발생한 데다 역대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짧았기에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농업지원사업비를 매년 납부함에도 이 정도 실적을 내는 건 견조한 것"이라며 "만약 행장이 교체된다면 그 이외의 요인 때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로 2년 차 농협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연말 종료된다. 농협은행 측은 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3개월 전에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농협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기 때문에 이 행장은 내년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2023년 기준 1조7805억원의 순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1조7182억원 대비 3.6%(623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 수익 지표로 활용되는 순이자마진(NIM) 역시 올해 1분기 1.87%로 나타나 전 분기보다 0.04%포인트(p) 상승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였으나 그만큼 이 행장 앞을 가로막는 악재가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농협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3건의 배임사고를 적발해낸 바 있다. 이 중 두 건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내부통제와 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 직후라는 점에서 공교롭다.
강 회장은 대책을 발표한 지난달 7일 "최근 농협과 관련된 사건이 다수 발생해 농협의 공신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사고가 발생한 계열사 CEO의 연임을 제한하는 등 새로운 농협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2년이 넘는 임기를 수행한 사람은 이대훈 전 행장밖에 없었다. 2018년에 취임한 이 전 행장은 2019년 말 1차례 연임에 성공해 2년 3개월의 임기를 역임했다. 금융범죄가 여러차례 터진 이 행장이 2년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중앙회장 교체 시기에 살아남은 행장은 아무도 없었다. 임기가 제일 길었던 이 전 행장마저 2020년 이성희 중앙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경영진 일괄 사표 제출 대상에 포함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 회장은 올해 3월 취임해 이제 막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어 시기를 표현하자면 올해는 교체기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중앙회가 내부통제 대책을 이유로 계열사에 대한 인사권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금감원이 메스를 들고 있음에도 견고한 편이다. 계열사 인사를 중앙회장 교체기에 자주 단행해 중앙회가 건재하다는 걸 표방하기 위한 포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책무구조도가 도입되기 전이고 자체 감사를 통해 금융범죄가 드러난 만큼, 이 행장이 교체돼야 할 근거가 빈약한 건 사실"이라며 "이 참에 중앙회 영향력을 더 강화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