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기 대비 12.21% 감소
중동전쟁 리스크, 미국 고금리 장기화 때문
"당분간 외화대출 잔액 감소세 지속될 것"
시중은행 외화대출 잔액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중동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환율로 이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대출금을 갚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외화대출 잔액은 82억5200만달러로 집계돼 전년 동기 94억달러 대비 12.21%(11억4800만달러) 줄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이자상환 부담을 느끼고 대출을 갚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를수록 달러 환전 시 내야 하는 이자가 커진다.
가령, 환율이 1200원일 때 100만달러를 대출받으면 갚아야 하는 금액은 12억원이다. 그러나 환율이 1400원으로 오르면 14억원을 갚아야 한다. 이자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 이에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400선을 넘기도 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2년 미국발 금리인상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달러 강세는 오랜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기존엔 3분기에 환율이 1200원 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전망을 4분기로 조정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이후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폭락하고 있다"며 "한·미·일 3개국이 공동으로 구두개입하면서 환율의 추가 상승세는 잦아든 모습이지만 현 상황에서 원화만의 약세가 아니라 달러 강세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주요국 환율의 방향성 전환을 말하기는 이른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전망이 나온 것도 달러 강세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16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현재의 긴축 통화정책 수준을 필요한 만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2일 한국은행은 10연속 금리를 3.5% 수준으로 동결하기도 했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국내 역시 기업들의 빚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중동 전쟁 리스크가 가시지 않았고 환율 변동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외화대출을 갚아나가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