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의 탄소 중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이 탄소중립의 주요 실천 방안 중 하나인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KDI가 지난 2021년 발행한 ‘RE100(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 백서에 따르면 한국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주요 수출업종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의 수출액이 3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수출 감소 경향은 반도체를 주로 수입하는 해외기업들 가운데 RE100에 가입하는 기업 수가 늘어날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학계와 업계에서는 RE100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이용한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강조하고 움직이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움직임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난 대선 토론회 당시 ‘RE100’ 용어를 인지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무지가 대선 토론회 한 장면에 그치지 않고 집권 이후 원자력 발전 에너지만을 강조하는 현 정권의 기조와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수원에서 열린 대국민 민생토론회에서 “탈원전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전력은 산단 내에 LNG 발전소를 건립해 공급하고 추후 호남지역에 재생에너지와 동해안 원전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도 지난 27일 당의 기후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현장에서 "RE100 알면 어떻고 또 모르면 어떤가, 모를 수도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100% 달성보다는 탄소를 줄이는 데에 중점을 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발언과 다르게 원전과 LNG는 RE100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는 RE100을 대신한 한국형 CF100(기업의 사용 전력을 무탄소 에너지 100%로 사용하는 것, 원자력 에너지 포함)을 실천하겠다고 나섰지만 이에 대한 효용성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종사자는 “한국 기업들이 현재 재생에너지를 쓰는 수준을 고려했을 때 RE100과 같은 목표가 불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제사회와 해외 기업들이 그런 목표들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최소 다른 나라 수준에 준하는 (재생에너지 사용) 기준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 비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현격히 낮은 한국 상황으로선 매우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아도, 비용이 많이 들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재생에너지”라고 설명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13%에 그쳤다. OECD 평균인 11.56%를 크게 밑도는 데다 주요국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따져도 전체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에서 신재생에너지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 수준이다. 석탄이 31.1%로 1위, 원자력이 30.4%로 뒤이었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