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 두고 엇갈린 정책...산업부 ‘대규모 지원’ VS 환경부 ‘보조금 삭감’
상태바
‘LFP 배터리’ 두고 엇갈린 정책...산업부 ‘대규모 지원’ VS 환경부 ‘보조금 삭감’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4.02.08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부, 233억원 투자해 기술력 높인 LFP 개발 및 양산 지원
-환경부, LFP 배터리 탑재된 전기차 구입시 불리한 개편안 마련
-산업부와 환경부의 엇갈린 정책에 업계 및 소비자들 혼란 가중
토레스 EVX[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사진=KG모빌리티]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LFP 배터리를 두고 엇갈린 정책을 내놓아 업계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산업부는 LFP 배터리 개발 및 양산을 위해 233억원을 투자한 반면, 환경부는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삭감하는 개편안을 마련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산업부의 LFP 배터리 프로젝트는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심화되고 배터리 제조시 사용되는 주요 광물의 가격 상승 및 매장량 등을 고려했을 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며,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열폭주로부터 안전하고 수명도 긴 반면에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부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는 광물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사용 후 배터리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할 경우 경제적 효용이 있느냐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고, 사용 후 배터리를 해체할 때의 폭발 위험이나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등으로 인해 안전 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제작사들이 판매량도 늘리고 수익성도 높이기 위해서 LFP 배터리를 탑재한 것인데, 환경부가 굳이 이 시점에 이러한 개편안을 마련해야 했는지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 지난해 4월 ‘고성능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 소재, 전해액, 셀 제조 기술 개발’ 사업 수행 기관을 확정하고,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LFP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오는 2026년까지 4년간 233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산업부는 지난 2020년 16%에 머물렀던 LFP 배터리 점유율이 2022년 35%까지 증가하면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LFP 배터리 양극 소재 국산화와 세계 최고 에너지 밀도를 가진 LFP 배터리셀 제조 기술개발 2가지를 핵심 목표로 잡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여러 기업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 쉐메카, 에코프로비엠,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씨아이에스 등의 주요 기업과 학계 및 연구기관이 참여하면서 삼원계 배터리 성능에 상응하는 LFP 배터리가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서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의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방식의 정책을 도입했다. 성능이 좋은 전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배터리 기술혁신을 유도하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전기차가 보급되도록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지만, 산업부가 LFP 배터리 개발에 상당한 투자비를 쏟아부었고 국내 배터리사들이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다.

개편안에 게재된 배터리 보조금 산출방식을 살펴보면 연비 및 주행거리로 계산되는 ‘성능보조금’, 에너지 밀도가 반영된 ‘배터리효율계수’, 유가금속 추출량 및 가격에 의해 달라지는 ‘배터리환경성계수’, 그리고 전기차 충전 속도에 따른 ‘혁신기술보조금’ 등의 항목 때문에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구입하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대폭 줄어든다. 아직까지 정확한 보조금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동차 업계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이 테슬라는 때리고 국산차는 우대하는 정책이라고 하는데 알고보면 KG모빌리티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며, “KG모빌리티는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로, LFP 배터리를 탑재한 토레스 EVX를 브랜드 유일의 전기차로 출시하고 가성비를 내세운 전략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에너지 밀도나 충전 인프라 등을 고려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토레스 EVX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고, 테슬라나 현대차·기아처럼 이미 전기차 시장에 자리잡은 제작사들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나마 1년짜리 개편안이라서 다행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개편안이 전기차 보급을 촉진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들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고, 전기차 가격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자동차 제작사들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보조금 정책에 따라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구입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전기차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100%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5500만원에 맞추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충전 인프라 문제나 화재에 대한 우려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이 줄어들면 결국에는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전기차를 계약한 후 출고를 기다리고 있거나 계약을 앞둔 사람들 사이에서는 셈이 복잡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성비로 인기를 끌어왔던 테슬라 모델 Y RWD 차량을 계약한 사람들 중에서는 차량 가격이 5499만원(보조금 100% 지급 기준 금액)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계약 철회를 고려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