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 "미국 상의 등 의견 충분히 청취 예정"
- 한국 스타트업, 53% 법안 반대...찬성 14% 불과
미국 재계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 스타트업 등 업계도 우려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으로 네 가지 반칙행위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소비자 편익이 줄었다며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해외 빅테크 기업에 대해 실제 구속력 있는 제재가 힘들어 국내 기업들만 역차별받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안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 상공회의소(상의)는 30일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 상의는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듯한 한국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국 상의가 지목한 규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안(플랫폼법안)'이다.
이 법에는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자사 우대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2월 중 플랫폼법 정부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대상은 미국의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와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이 해당될 전망이다.
미국 상의는 "한국 정부가 법안 전체 조문을 공개하고 미국 재계와 미국 정부 등 이해관계자와 논의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의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유사 규제 논의를 긴밀히 주시해왔다"면서 "이들 플랫폼 규제안에는 큰 결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규제가 "소비자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의 기본이 되는 좋은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정부들을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위치에 처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상의는 "우리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정도로 중요한 사안에 필요한 유형의 투명성을 보여주고 열린 대화를 하기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미국 정치권도 우려하고 있다.
윌리엄 라인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지난 11일 "규제가 미국 기업들에게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정치매체 더힐 기고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국무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미국 정부가 현재까지는 플랫폼법안에 대해 공식 협의 채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어떤 입장을 표명한 바는 없다.
EU, 작년 5월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는 디지털시장법 제정...미국 정부 반대 없어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유럽연합(EU)이 유사 규제를 추진했을 때 우려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 역시 "거대 플랫폼 기업을 어느 정도는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EU의 규제에 강력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EU는 지난해 5월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는 디지털시장법을 제정했는데 올해 3월 시행을 앞두고 애플이 갑질로 지적받은 인앱결제 수수료를 자발적으로 낮추면서 효과를 보기도 했다.
공정위 측은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내는 물론 미국 등 외국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며 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 상의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며 "지난 11일, 25일 두 차례 미국 상의 및 그 회원사들과 간담회를 실시했으며 오는 3월7일에는 미국 상의 초청으로 공정거래위원장 강연도 예정돼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스타트업 대표, 창업자, 공동창업자 등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플랫폼법안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52.8%에 달한다.
반면,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는 응답은 14.1%에 불과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올해 선거 정국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포퓰리즘 입법이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플랫폼 경쟁법 개정 관련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