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규제는 혁신성 해칠 우려... 점진적 적용 필요
산업 전반 갈등 초래하는 플랫폼기업... "정부 적극적 대처 필요"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이 국회에서 논의중인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단체가 임시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온플법의 적절성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법 임시국회 처리 지체시간 길어져
플랫폼기업의 비즈니스 영역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물류유통, 제조업, 데이터 산업 등에 이어 금융 시장도 넘볼 정도로 플랫폼기업의 성장속도는 가파르다.
플랫폼기업의 영향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독점력이 강해지자 관련 법규를 마련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에 플랫폼기업의 반독점 규제를 골자로 한 ‘온라인플랫폼법’이 올해 초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온플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리라 점 처졌지만 지체가 길어지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단체가 촉구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중앙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 8개 단체는 23일 서울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율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질서를 마련하는 것은 국회의 역할과 의무”라고 역설했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24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본래 플랫폼경제는 공유경제의 핵심모델이지만 한국의 플랫폼은 본사의 이익 중심으로 일방적인 운영방침을 따라왔다”며 “이러한 국내 플랫폼기업의 운영방침 때문에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고, 심지어 안타까운 사건까지 있었다”며 공정경쟁을 구축하기 위한 온플법 시행 촉구에 나섰다고 전했다.
하지만 온플법 도입시기와 실효성, 적합성 문제가 여전히 논쟁 중이라 임시국회 처리가 더 늦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플랫폼법 무엇이 문제인가.. 누리꾼 논쟁 치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 법안 도입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고 한국 플랫폼기업의 반독점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와 달리 아직 성장기인 한국의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는 온건할 필요가 있단 것.
반면 기업체가 부를 집중시키고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게 ‘독점’이라면 한국의 플랫폼기업도 독점체계로 들어섰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색순위 조작, 납품업체 갑질, 근로자 착취 등 문제는 플랫폼기업이 행사하는 독점권력 때문이라는 것.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온플법 적합성 문제가 다시 재조명되면서 논쟁이 뜨겁다.
대학생 고명석(24세)씨는 24일 <녹색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플랫폼기업은 마켓플레이스를 넘어 유통업과 PB상품개발,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자회사로 수직통합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플랫폼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없다면 경제구성원 전반과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씨는 “미국의 법학자 리나칸이 말한 ‘금산분리’ 원칙을 온라인플랫폼법에 확대적용해 타산업군과 겸치는 사업을 금지하거나 강력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통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염모(31세)씨는 “플랫폼기업은 납품업체간 상품경쟁을 유인해 소비자권익을 대변하고 물가를 안정화시켜 인건비 인상을 견제하는 역할도 하지 않나”고 반문하고, “강력한 법규제는 활발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플랫폼기업의 혁신성을 저해할 것”이라며 규제는 점진적일 필요가 있다고 24일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전통적으로 독점은 품질과 혁신성 저하, 서비스 다양성을 축소시키는 비경제적 행위였다. 반면 플랫폼기업의 독점은 오히려 납품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가속화시켜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킨다는 분석이 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부를 증가시키는 플랫폼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의 법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관해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한국의 경제는 대기업 규제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발전해 본사와 가맹점, 대리점 계약관계로 굳어진 상태”라며 “가맹점과 본사의 종속관계 속에서 발전해온 여러 상생을 위한 법안과 경험을 플랫폼기업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경제를 맡기란 요구가 과거 한 세기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ESG가 경제를 견인하는 차세대 원칙으로 부각되면서 ‘상생’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내년 초에 시행될 예정인 온플법이 플랫폼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