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성장으로 비용효율화, 손해율 개선 등
건전성 큰 폭 하락...성장세 따른 요구자본↑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해보험이 적자 탈출에 한 발 가까워졌다. 차 보험 마케팅, 상품 영업력 등을 강화하면서다. 다만 6월 말 건전성 유지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전년 대비 300% 이상 하락한 탓이다. 캐롯손보는 매출 성장세에 따른 변동이라는 입장이다.
상반기 캐롯손해보험은 당기순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60억원) 대비 195억원 증가해 적자 폭이 축소됐다. 영업이익은 198억원 증가한 –13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산은 2962억원, 자본은 1499억원으로 각각 90%, 281% 큰 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비율인 운용자산이익률은 3.98%p 오른 5.02%, 영업이익률은 6.81%p 오른 –13.73%로 나타났다.
이는 유상증자로 인한 운용자산 1328억원, 보험영업 확대로 인한 재보험계약 자산 70억원이 증가한 영향이다.
보험영업에서 자동차보험 판매가 한몫했다. 상반기 차 보험 수입보험료는 1692억원이다. 전년 동 기간 대비 45% 증가했다. 전체 수입보험료의 84.5%를 차지한다.
캐롯손보 대표 상품은 ‘퍼마일 자동차보험’이다. 주행데이터로 탄 만큼만(특약) 보험료를 납부하는 상품이다. 차량에 캐롯 플로그를 삽입하고 주행하면 GPS(위치기반서비스) 데이터에 따라 보험료가 측정된다. 합리적인 보험료가 강점인 이 상품은 지난 8월 기준 갱신율 91.3%를 기록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스마트 내비게이션 티맵(TMAP)과 보험료 할인 특약 상품을 선보였다. 또 안전운전을 한 운전자에게 추가 보상 제공, ‘AI사고케어’ 등을 도입했다. AI사고케어는 충격 감지 기술 기반의 선제적인 사고 출동 서비스다.
이 같은 노력에 자동차 시장 수입보험료 1.5%를 점유했다. 대형 손해보험사가 점유율 90%를 꽉 쥐고 있는 시장에서 출범 약 5년 만에 1%를 넘은 건 의미 있는 수치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등 보험계약 증가와 손해율 개선에 따라 보험영업 손실이 감소하고 매출 성장에 따른 비용효율화로 실적이 개선됐다”며 “앞으로 퍼마일 성장성 유지 및 사업을 확장하고, 커넥티드 데이터를 활용한 차별화된 디지털보험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며, 경영 체계화로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영향력을 넓혀가는 성장세에 이른 시일 내 적자를 탈출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캐롯손해보험 문효일 대표는 2025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건 바 있다.
다만 건전성은 유지하지 못했다. 6월말 K-ICS(새 지급여력) 비율은 201.18%다.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뛰어넘는 수치지만 전년 대비 304%p 하락했다는 점이 문제다.
가용자본(지급여력)이 감소하고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기 가용자본은 1314억원이다. 전년 대비 20% 하락했다. 반면 요구자본은 653억원으로 100% 상승했다.
올해부터 적용된 K-ICS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인 지급여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하며 부채와 자산을 모두 시가 평가한다.
분모인 요구자본은 보험, 금리, 신용 등 보험사의 내재된 리스크량을 측정해 산출하는 것으로 올해부터 사업비, 자산 집중도 등의 리스크를 추가 반영한다. 분자인 가용자본은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을 의미한다.
캐롯손보가 외형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지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타 사업비용으로 39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8% 올랐다.
계약 건수가 늘어나면서 보험금 지급도 증가했다. 반기 전체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43.8% 증가한 2002억원이다. 보험금은 57.7% 증가한 1461억원이다. 캐롯손보는 타 사 대비 저렴한 보험료를 받지만 타사와 같은 보장을 지급한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성장을 계속하다 보니 매출이 확대되는 만큼 요구자본이 증가하고 있다. 보험 상품 구조가 장기 보장성보험 없이 일반보험 자동차보험으로 구성돼 가용자본 여력이 부족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아직 적자이기 때문에 변화가 크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흑자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상품 구조가 타사 대비 큰 폭으로 시장 환경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 앞으로 시장 환경에도 안정적인 수치를 보여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