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중 국민연금 지분율 가장 높은 건설사는 DL이앤씨
-김영주 의원, "국민연금, 국민들의 노후 자금인 연금 기금에 막대한 손해 끼쳐"
ESG를 고려한 책임 투자를 이행하겠다던 국민연금공단이 중대재해 최다 발생 기업인 DL이앤씨의 2대 주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L이앤씨가 산재사고를 낸 다음날에도 국민연금은 매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20일 <녹색경제신문>이 김영주 의원실(국회부의장)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DL이앤씨의 다섯 번째 사망사고 발생일인 2023년 7월 4일 바로 다음날 보통주를 장내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재해 최다 발생기업인 DL이앤씨는 작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 시행된 후 지금까지 총 7번의 사고로 8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DL이앤씨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작년 사망사고는 ▲3월 13일 서울 종로서 전선 포설 작업 중 이탈된 전선 드럼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 ▲4월 6일 경기 과천서 토사반출 작업 중 굴착기와 기둥 사이에 끼임 사고 ▲8월 5일 경기 안양서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부러진 펌프카 붐대에 맞아 2명 사망 ▲10월 20일 크레인 붐대 연장 작업 중 붐대 위에서 추락사가 있었다.
올해의 경우 ▲7월 4일 경기 의정부서 코크리트 타설장비 인상 작업 중 지지하던 콘크리트가 무너지며 타설 장비에 깔려 철근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 ▲8월 3일에는 전기실 양수 작업 중 물에 빠져 익사 상태로 발견 ▲6층 창호교체 작업 중 창호와 함께 1층으로 추락사 등이 있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사망과 추락사가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렇게 사망사고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공단의 DL이앤씨 지분율은 2021년 12월 31일 기준 13.0%에서 2022년 12월 31일 기준 11.0%로 2%p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작년 네 번째 사망사고(10월 20일)에도 불구하고 직전(3분기)에는 10.1%였던 지분율이 직후(4분기)에는 11%로 오히려 0.9%p 증가해 국민연금공단의 ESG 책임 투자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 김영주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DL이앤씨의 다섯 번째 사망사고 발생일(′23.07.04.) 이후인 7월 5일과 7월 7일에도 두 차례 연달아 보통주를 장내매수한 것으로 집계돼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중대재해 사안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주 의원실은 기자에게 "국민연금공단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21일 기준 국민연금의 DL이앤씨 지분율은 9.78%로 국민연금은 7차례의 DL이앤씨 산재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DL에 이어 DL이앤씨의 2대 주주"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원실은 "DL이앤씨의 현재 주가는 31,700원(10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첫 번째 사망사고 발생 전 6만7104원(사고일인 2022년 3월 13일은 일요일이므로, 이전 영업일인 3월 11일 종가 기준)과 비교할 때 주가가 반토막 난 만큼, 국민연금공단의 손해도 막대할 것"이라며 "2023년 국내 건설회사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기관 중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DL이앤씨"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러한 지적에 대해 기자가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개별 종목에 대해서 답변하지 않는 것이 당사의 방침"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이사장이 직접 답변할 것" 뿐이었다. 주가 하락으로 국민 세금과 국민의 노후 자금이 날아가고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투자를 진행하며 국정감사에서 답변할 것이란 가벼운 답변만 내놓았다.
실제로 김영주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23년 국내 건설회사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기관 중 상장된 5곳(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5개 건설사 지분율은 ▲삼성물산(6.8%) ▲현대건설(8.4%) ▲대우건설(5.7%) ▲GS건설(9.5%) ▲DL이앤씨(11.1%)로 DL이앤씨의 비중이 가장 높다.
국민연금공단은 고유의 ESG 평가 체계를 마련해 연 2회 정기 ESG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운용역들에게 평가결과를 제공해 투자 의사결정 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총 6개의 등급(AA, A, BB, B, C, D)으로 분류되며, 이중 C와 D는 하위등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김영주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작년에 진행된 두 차례의 ESG 정기평가에도 불구하고 두 번 모두 하위등급( C, D)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김영주 의원실은 "국민연금이 중대재해 사안을 가볍게 여기고 있으며, ESG 평가 체계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주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은 ESG를 고려해 책임 투자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DL이앤씨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며 “그 결과 국민연금공단은 국민들의 노후 자금인 연금 기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연금의 이와 같은 행태는 연금 스스로 중대재해 사안을 가볍게 여기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들에게 몇 번의 중대재해쯤은 괜찮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국민연금공단의 DL이앤씨 투자 철회를 통해 기업들이 중대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