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활발...원전 생태계 회복 속도
한국수력원자력의 해외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경쟁력을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이를 놓고 그동안 주춤해있던 원전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 힘이 실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한수원은 2600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원전 관련 설비를 수주했다.
이번 건설사업은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가 발주한 것으로 2600억원 규모다. 기존 단일설비 기준 역대 최대금액(1190억원)을 두 배 이상 상회하는 계약이다.
윤 전부 들어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 이후 2번째 계약으로 유럽 국가로는 원전 설비 수출 첫 계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작년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에 이어 윤석열 정부 2번째 원전 설비 수출 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라는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한 강한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금번 수주는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와 강력한 원전 수출 추진 의지가 발주국이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며 "대형 원전과 더불어 원전 설비 수출도 적극 지원해 수주가 계속 이어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수원이 루마니아 사업 과정에서 기술력을 증명한다면 추가 계약도 따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지에서도 추가 원전 수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자로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원전 수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개발한 APR1400원전이 자사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10월 자국 법원에 한수원의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3월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반려하기도 했다.
한수원 측은 웨스팅하우스 측과 별도 채널로 갈등을 해소하고 전략적 협력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수원이 이처럼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가장 먼저 꼽힌다.
정부는 그동안 루마니아 원전 삼중수소 설비 수주를 위해 한수원을 지원해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유럽 4개국 순방 중 루마니아를 방문해 니콜라에-이오넬 치우커 총리와 회담하고 원전 설비 개선과 신규 원전 건설에 한국의 참여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더불어 정부는 관계부처 및 국회와 협의를 통해 '원전수출 특례보증보험제도' 신설을 추진해 수출기업에 대한 보험 지원한도를 대폭 상향할 계획을 세웠다.
이어, 수출 마케팅의 전 과정을 밀착지원하는 '원전수출 첫걸음 프로그램'을 오는 9월 시범시행(10개사)하고 2027년까지 독자 수출기업수를 현재 약 40개사에서 100개사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10곳인 원전수출 중점 무역관도 루마니아 등을 추가 지정해 입찰정보 제공 등 현지 지원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빈사 직전까지 몰렸던 우리나라 원전 생태계가 다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7년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역시 지난해 7월 발표된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사업 재개가 결정됐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원전 생태계가 빨리 회복하길 기대한다"면서 "루마니아 수주를 계기로 다양한 국가에 우리나라 원전 기술이 영향력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