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강조하던 사이 설득력 잃어,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발 시작”
-한수원이 국내 원전 관리하지만 성과는 저조...“민간 기업 장벽 높아”
두산에너빌리티·DL이앤씨·GS에너지 등 한국 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SMR)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지목하며 사업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지금까지 국내에서 성과를 가시화한 핵심 기술은 국내 소재 해외 기업에 국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관련 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함부로 시작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국내에서 첫 번째로 SMR에 포문을 연 것은 미국 기업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주도의 사업이다. GS에너지가 뉴스케일의 국내 사업 운영사로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뉴스케일이 SMR을 설계하면, 국내 기업이 시공 및 운영을 맡는 구조다. 지분이나 수익 분배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또 다른 미국의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와 한국수출입은행 간 최근 업무협약(MOU)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엑스에너지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수출입은행이 엑스에너지와 손을 잡았으며, DL이엔씨와 두산에너빌리티가 엑스에너지에 전략적투자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두 대형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모두 미국 기업들이다.
두산에너빌리티·DL이앤씨·GS에너지 등 SMR 개발에 참여 중인 이들 기업은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기술 내재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호소했다. 원자력 발전에 필수적인 인허가를 정부측에서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들의 복수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뉴스케일도, 엑스에너지도 모두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컸다”라며, “정부의 인허가가 있어야 원자력 발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실컷 개발해 놓고 인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기업은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국은 2012년부터 5년간 4억5200만 달러를 SMR 개발에 지원했으며, 뉴스케일파워는 이 중 최초로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SMR 설계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모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만큼 민간 기업이 안전과 수익성 둘 다를 노리기에는 장벽이 높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기사업자법, 원자력안전법 등 어디를 봐도 한수원만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며, “자격만 갖춰지면 되는데, 워낙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민간에서 관심을 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 공기업인 한수원의 SMR 실적은 아쉬운 상황이다. 별도로 ‘혁신형 SMR’의 설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2028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인허가를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 시작 단계에 있을 뿐이다.
앞서 한수원은 스마트SMR을 개발해 인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실제 건설된 사례는 없다.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박호진 교수는 스마트 원전과 관련해 “(탈원전을 강조하던 과거 당시 상황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설득력을 잃은 사이 미국이 주도적으로 SMR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MR의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할 것이고, 도시보다는 인구밀도가 낮은 오지, 섬과 같은 특수 지역에서의 수요가 분명히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최형두 의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SMR 파운드리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SMR 중심의 독자 노형 개발 노력, 기업들의 SMR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