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요금 인상 어려울듯
한국전력이 45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3분기부터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서는 정부 압박 탓에 미지수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다수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까지 점진적으로 오른 전기요금이 연말까지 유지되는 가운데 비용 감소 효과가 더해지며 하반기에는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지난달 한전의 전력구매가격(전력도매가·SMP)이 전기요금보다 낮아졌다. 이로 인해 한전이 발전사에서 구입한 전기를 가정과 공장에 원가 이하로 파는 역마진 현상이 해소됐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이르면 오는 3분기부터 흑자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파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역마진만으로는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반기 흑자 전환 만으로는 지난 2021년부터 누적된 수십조원의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외에도 근본적 원인에 대한 대책이 부재한 점을 지적하는 업계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한전이 재무위기에 빠진 원인을 놓고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한전이 채무를 이행할 수준을 넘었음에도 추가적인 채권 발행이 가능한 이유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과도하게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의 압박 역시 한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개입으로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미뤘는데, 향후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정부의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임 한전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달 30일 차기 사장 후보자 공모를 마감했는데 김동철 전 의원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 등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국민적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전기요금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누적 적자 규모가 아직까지 큰 탓에 3분기 흑자를 기록한다고 해도 적자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면서 "향후 요금 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