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융기관 화석연료 익스포저 ‘120조원’…말뿐인 탄소중립, 정부역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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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금융기관 화석연료 익스포저 ‘120조원’…말뿐인 탄소중립, 정부역할 필요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6.22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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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기관 화석연료 자산 120조원
반면 재생에너지 투자 35조원 그쳐
보여주기식 탈석탄·탄소중립 선언 한계
“기후건전성 평가 등 규제기관 역할 필요”
기후위기 심화 등으로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보험산업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출처=Unsplash]<br>
[출처=Unsplash]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보유한 화석연료 관련 자산이 1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누적 투자량은 35조원으로 이를 3배가량 밑돌았다. 보여주기식 탈석탄, 탄소중립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이행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국내 공적·민간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익스포저(노출 위험)를 전수 조사한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를 발간했다. 지난 2020년부터 발간하던 석탄백서 보고 범위를 천연가스, 석유 자산으로 넓혔다.

지난해 전 세계 화석연료 소비량은 전년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이후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기간 내 생산량 확보가 용이한 화석연료가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작년 글로벌 석탄 사용 및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각 1.2%, 5.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IEA, 2022).

다만 UN산하 국제기구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화석연료의 퇴출 없이 기후임계치인 1.5°C 목표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흐름을 고려할 때 화석연료에 대한 장기간 의존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의미다.

작년 상반기 기준 대출, 채권, 지분투자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금융기관(공적·민간)의 화석연료 금융 자산은 총 118.5조원으로 집계됐다. 석탄 56.5조원, 석유·천연가스 62조원이다. 

석탄 관련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보장액인 부보금액을 합산할 시 전체 익스포저는 총 213.4조원으로 두 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2023년 정부 예산(638조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민간보다 공적 금융기관의 익스포저가 더 컸다. 총 78.6조원(66%)으로 민간 대비 1.5배 많은 금액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섹터는 석탄금융, 자산은 한국전력 주식지분 및 발행채로 나타났다.

민간 금융기관에서 화석연료 잔액이 가장 큰 업권은 보험사로 나타났다. 업권별 자산은 ▲손해보험 15.5조원 ▲생명보험 15조원 ▲은행 13.9조원 ▲증권 1.3조원 등이다. 공적기관과 마찬가지로 한전 지분 및 채권 비중이 컸다.

지난 한 해 한국전력공사의 석탄 발전량은 총 19만3231GWh(기가와트시)로 전체 발전량 중 32.5%를 차지했다. 독일 비영리 환경단체 우르게발트는 석탄발전량이 전체 중 20%를 넘는 전력기업을 석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출처=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다만 일각에선 한전에 탈석탄 잣대를 대는 것에 대한 반발도 존재한다. 대규모 적자를 겪고 있는 국가기간산업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를 차단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전체 회사채 시장 절반(2022년 37조원)을 차지한 한전을 투자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측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한국전력의 에너지 믹스 개선 없이는 (대규모 적자 등) 이러한 어려움이 지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믹스는 한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중대한 위험 요소”라고 밝혔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화석연료 자산이 불어난 반면 재생에너지 투자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10년(2012~2022년 6월)간 재생에너지 누적 투자자산은 37.2조원으로 집계됐다. 화석연료의 3분의 1 수준이다.

누적 투자금액이 가장 큰 민간기관은 신한라이프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 3.8조원을 투자하면서 전체 투자액 중 10%를 차지했다. 석탄 대비 재생에너지 투자비중도 약 두 배 높았다. 신한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는 전체 업권 중 재생에너지 투자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가장 저조한 업권은 은행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석탄 투자비중은 재생에너지를 3.2배 웃돌았다. 개별 기관별로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의 재생에너지 투자비중이 석탄을 뛰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탈석탄, 탄소중립 선언이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계획이나 자산회수 절차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국내 금융기관은 104개로 집계됐다. 다만 이들 중 석탄기업에 대한 기준을 수립한 곳은 ▲AIA생명 ▲삼성화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4곳에 그쳤다.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한 국내 기업 27곳 중 6곳(22%)은 아직까지 목표치 내 금융배출량(Scope 3)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 2050년 탄소중립 등 중장기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등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노력 밖에도 정부기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내 금융기관들도 기후리스크 대응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 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에 기후 리스크를 적극 고려하고, 자본이 녹색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고탄소 산업과 에너지시장의 전환은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자산 조정과 관여 정책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금융기관들이 탈석탄과 넷제로 선언을 하며 친환경적 투자로 전환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금융의 절대적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적극적으로 탈석탄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해나가야 한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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