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반·유통 효율적이고 환경 오염 영향력 감축 효과
- 무알코홀 맥주 시판으로 아시아·아프리카 시장 진출
독일의 한 맥주 양조사가 최근 세계 최초로 분말형 라거 맥주를 개발해 화재다.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탄생하는 즉석 인스턴트 커피나 맹물이나 액체 음료를 섞어마실 수 있는 단백질 셰이크(보충제)처럼, 잔에 가루를 털어 넣고 물을 부은 후 저으면 맥주통에서 갓 짠 생맥주와 다름없는 차갑고 거품 나는 시원한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게 됐다.
♢ 분말형 맥주 - 맥주업계의 게임 체인저될까?
이 획기적 음료를 개발한 클로스터브라우에라이 노이첼레(Klosterbrauerei Neuzelle GmbH, 이하 노이첼레 맥주 양조사)는 음료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 선언한다.
노이첼레 맥주 양조사는 독일 중세 수도원 일부로 운영되는 맥주 양조 공장이다. 전통적인 필센 맥주(체코 플젠 지방 원조의 주황색 라거 맥주)를 고집하는 독일 애주가들 사이에서 맥주계의 비정통 이단아, 좋게는 전통의 굴레를 박찬 혁신아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500여 년 전인 1516년 4월 23일,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 공작이 맥주란 4가지 원료 — 물, 호프, 맥아 보리, 효모 — 만으로 양조돼야 한다는 ‘독일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을 제정한 이래, 독일에서 맥주 양조법은 지금까지 엄격하게 준수되고 있다.
♢ ‘액체로 섭취하는 빵’ 맥주도 21세기에 맞게 진화할 때
1589년부터 43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맥주를 양조해 온 노이첼레 수도원은 옛 맥주 양조법을 그대로 전수해 담근 전통 수제 맥주 품목들 말고도 현대인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게 과일 맥주, 항노화 맥주, 감자 맥주 등 독특한 신품목을 개발해 온 혁신적 맥주 양조사로 알려져 있다.
노이첼레 맥주 양조사가 이번 개발에 성공해 공개한 분말형 맥주는 대기 중 탄소발자국 수치 감축, 천연자원 낭비 감축, 에너지 절약 등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친환경 비즈니스 혁신의 도입이 절실한 음료수 업계에 기발한 솔루션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맥주 양조업은 제조와 물류·운반 과정에서 천연자원과 비용이 유독 많이 소요되는 음료 사업이다.
가령, 완제품 맥주는 90%가 액체(물)로 구성돼 있으며, 생맥주 저장통과 캔의 포장재 재활용도가 낮고, 유리병은 무겁고 깨지기 쉬워 보관 및 운송 과정에 소용되는 비용이 비싸고 탄소 배출량이 높아 환경운동가와 감시단체들의 비난의 대상이 돼왔다.
반면, 분말형 맥주는 포장재 비용은 물론 운반과 창고저장 및 유통 과정에 소요되는 물류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그에 따른 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규제에도 기여할 수 있어 업체 측은 특히 분말 맥주 생산 및 유통의 친환경·지속가능적 이점을 강조한다.
당분간 ‘맥주의 고향’ 독일인들을 비롯한 골수 맥주 전통주의자들이 가루 맥주에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노이첼레 분말 맥주는 이미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로서 EU의 지원을 받아 9월부터 유럽 시장 내 소량 시험 출시 승인을 받아 놓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추후 알콜 첨가된 분말 맥주 출시 등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을 만큼 이 신제품에 대한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노이첼레 맥주 양조사는 우선 무알코홀 맥주 대량 생산에 돌입한 후, 올 2023년 연말 내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장에 시험 출시하고 소비자 반응을 연구한 후 유럽 시장을 역공략하겠다고 슈페판 프리체(Stefan Fritsche) 클로스터부라우에라이 노이첼레 사장은 밝혔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