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RBC 비율 하락에 연기
“올해 K-CIS 권고치 상회할 것”
DB생명보험이 이달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한다고 밝힌 가운데 건전성에 관한 우려가 나온다. RBC(지급여력) 비율이 기존 콜옵션 행사 시기보다 하락한 탓이다. 회사는 오래전부터 K-CIS(신 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해 보장성 상품을 판매해왔기 때문에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DB생명보험이 이달 13일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11월에 발행한 제1회 신종자본증권(영구채) 300억원에 대해 차환 없이 자체 자금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콜옵션이란 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 자산을 만기일,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영구채 명목 만기는 30년이나, 사실상 5년 만기 채권으로 인식되면서 국내 금융사들은 대부분 5년이 되면 콜옵션을 행사한다.
DB생명은 지난해 11월 콜옵션 행사일을 올해 5월로 연기했다. RBC 비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RBC 비율은 건전성 지표로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보여준다. 회사의 당해 9월 말 RBC 비율은 145.96%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돈다. 금리 상승 여파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다만 채권시장 신뢰도 하락 우려가 커졌다. 앞서 지난 10월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결정에 따른 충격 여파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한 뒤 국내 은행과 보험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 8.9%, 우리은행 11.1%, 동양생명은 37.2%로 내려갔다.
우려가 커지자 당시 금융위원회는 “DB생명은 쌍방의 사전협의를 통해 조기상환권 행사 기일 자체를 연기(계약변경)한 것”이라며 “조기 상환권을 미이행한 것이 아니다. 또한 DB생명은 국내 발행 영구채로 해외 투자자와 관련이 없으며, 채권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가 오는 13일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여전히 건전성에 관한 우려가 존재한다. 회사의 RBC 비율이 지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하락한 탓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RBC는 150.25%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소폭 상회했으나, 같은 해 12월에는 8.31%p 하락한 141.94%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DB생명 관계자는 “수년전부터 보장성 판매에 집중한 결과 올해 건전성 지표가 되는 K-CIS를 시행했을 때 권고치를 넘을 것”이라며 “조기상환권을 행사해도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DB생명의 보장성 보험료 수입은 1조40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일반계정 수입보험료(1조5034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6%다.
나이스 신용평가원 김한울 선임연구원은 “보장성보험 중심의 보험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양호한 수준의 보험영업 수익성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업권 전반에서 IFRS17(새 회계기준)에 대비해 저축성보험상품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보험금지급률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회사는 보유계약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보험금지급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보장성 중심 포트폴리오는 새 회계제도에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 제도의 수익성 평가로 작용하는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확보에 수월할 것이라는 평이다. CSM이란 미래 예상가능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