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금리 하락으로 파킹통장 등 금리 매력이 떨어져
일각에서는 중소형 저축은행 중심으로 뱅크런 우려 제기
지난 2월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이 한달 새 2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은행권을 향한 불안감이 커지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취약한 저축은행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미국 SVB 파산에서 퍼진 금융불안에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부동산PF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중소형 저축은행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지난 2월말 기준 118조9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120조7854억원) 대비 1조8325억원 줄었다.
지난해 1월(104조3860억원)부터 같은해 11월(121조3572억원)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12월(120조2384억원)에 상승세가 꺾였다.
정부의 은행권 수신경쟁 자제로 고공 행진하던 파킹통장 및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해 12월 들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수신잔액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연속 파킹통장 및 예적금의 금리가 하락하면서 증권 등 타 2금융권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들은 최고 연 4~5%의 고금리 파킹통장을 출시하며 인터넷전문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시중금리 인하로 현재 저축은행 파킹통장 금리는 연 3%대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연쇄 부실 가능성에 건전성 등 리스크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수신잔액이 감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3.4%로 전년(2.5%) 대비 0.9%p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PF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중소형 저축은행 연체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브릿지론' 만기가 대거 돌아오고 있어 저축은행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러한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악화 우려에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한 금액인 5000만원까지만 저축하고 한도 초과 액수는 타 행에 이체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건 사실이지만 이는 시장의 환경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더 강화된 규제를 받고 있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