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긴축 진행 중…은행 유동성 공급 탓
“경기충격 등 연내 종료 가능성 높아”
미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양적긴축(QT)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연준의 총자산은 지난 한 달간 약 3000억 달러(약 400조원) 증가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권 대상 유동성 공급을 늘린 탓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6월부터 국채, MBS(주택담보증권) 등 총 95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면 재투자를 종료하는 양적긴축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9조 달러까지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이로 인해 미 은행의 유동성이 위협받으며 SVB 파산 등의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기준 미 은행의 총지급준비금은 지난 2021년 정점 대비 약 30%(1.3조 달러)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2019년 연준은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시장 금리 발작에 시행 2년여 만에 양적긴축을 중단한 전례가 있다.
연준의 총자산은 지난 2월 말 SVB 파산 이후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띠고 있다. 8.3조 달러이던 자산은 지난 3월 중순 단 3주 만에 5000억 달러(약 660조원) 증가한 8.7조 달러까지 불어났다. 4일 기준 자산은 8.63조 달러다.
자금 대부분은 은행권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연준은 SVB 사태 이후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재할인창구(DW) 등을 통한 자금수혈에 나섰다. 지난달 초 재할인창구 대출량이 우리 돈 약 200조원을 넘기는 등 폭발적 수요에 연준의 총자산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다만 그동안 연준의 증권 보유량은 꾸준히 감소했다. 4일 기준 지난 한 달간 보유량은 600억 달러 내려갔다. 은행권 위기와 별개로 QT를 병행했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지난 한 달간의) 대차대조표 확장은 사실상 최근의 긴장으로 인해 발생한 유동성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은행에 일시적으로 대출한 것 때문”이라며 “통화 정책의 기조를 직접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QT 종료에 대해 선을 그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소형은행의 유동성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최근 미 캐피탈원은행이 계좌 개설 시 100달러 보너스를 내거는 등 소형은행 사이에선 예금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SVB 사태 이후 예금유출 규모가 커진 가운데 BTFP 등 단기 유동성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데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예금 경쟁으로도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곳은 SVB와 같이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를 받지 않는 소형은행의 불안정한 자산부채 구조가 또 한 차례 드러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씨티그룹 제인 프레이저 CEO는 ”대차대조표를 다른 기관만큼 잘 관리하지 않고 (SVB 사태와 같이) 비슷한 문제를 가진 소규모 기관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수가 더 적길 바란다”고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출규모를 축소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부동산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소형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 중 상업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박민영 연구원은 “대출 축소 과정에서 실물 경기 충격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소형은행이 차지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67%를 차지하고 있기에 부동산을 중심으로 실물 경기 충격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미 연준은 기준금리 한 차례 인상 이후 인상 사이클 종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점도표에서 연내 한 차례 인상만을 시사한 바 있다. 이후 당장 QT 종료를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나 은행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연내 이를 종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은 “QT 당장 종료보다는 2분기 후반부터 3분기 중 서서히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섣불리 QT 종료를 언급한다면 안 그래도 강한 피벗 기대가 더욱 심화되면서 오히려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박민영 연구원은 “불균형한 유동성 배분 환경과 대출 축소 과정에서 예상되는 경기 충격을 고려할때 양적긴축은 금년 중 종료 가능성이 높다”며 “양적긴축은 기간프리미엄 상승요인으로 지목됐기에 종료 시 금리 상승 압력이 해소될 수 있다. 긴축 종료, 경기 둔화 전망에 중장기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 방향은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