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부문장 직접 맡아…원팀 시너지 추진
“원팀으로 격이 다른 신한증권 만들 때”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고객 중심으로 자산관리사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느냐에 신한투자증권의 미래가 달려있다”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대표가 계묘년 홀로서기에 나선다. 지난해 IB(기업금융) 총괄로 선임돼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연초 김 대표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자산관리부문장을 직접 맡았다. 전 사업부문 간 ‘원팀’ 시너지를 직접 이끌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28.6% 증가한 순이익 4125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경쟁사 KB증권, 하나증권 순이익 2063억원(-65.3%), 1260억원(-74.18%)을 두 배 뛰어넘는다.
여의도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요인 덕이 크다. 세후 매각이익은 3215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경상 순이익은 약 1000억원이다. KB, 하나를 모두 밑돈다.
금리인상 등에 리테일,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의 수익이 감소한 여파다. 지난해 리테일부문 수익은 전년 대비 40.2%, 자기매매 부문은 70.4% 줄어들었다.
다만 IB 부문에선 견조한 실적을 냈다. 지난 한 해 IB 부문 수익은 2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8% 증가했다. 당해 3월 GIB(글로벌 투자은행) 총괄 사장으로 선임된 김 대표의 역할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기업금융부장, IB사업본부 주식인수부장을 거쳐 메리츠증권 IB사업본부장, 유진투자증권 IB사업본부 기업금융파트장, 미래에셋증권 IB총괄 사장 등을 맡은 IB통이다.
기본을 닦은 만큼 김 대표는 IB부문에서 질적 성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가 강조한 조건은 ‘프로의식’이다. 회사는 최근 GIB 부문을 두 개로 나누고, 각 그룹장에 대표직책을 맡기는 등 전문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구성원 모두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자본시장 최고의 ‘프로’가 되어야 한다”며 “프로로 거듭나는 것이 진정한 고객중심의 실천이며, 고객에게 인정받은 프로만이 자본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제는 이전까지 이영창 전 각자대표가 맡던 리테일, 자산관리 부문이다. 올해 단독대표로 선임된 김 대표는 IB 부문뿐 아니라 전 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최근 부동산 경기저하 등에 IB 업황 전반에 위축된 부분도 관건이다. 지난 3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IB 수익 감소 폭은 리테일, WM 등 전 사업부문 중 가장 컸다. 그간 IB에 주력하던 NH투자증권, 하나증권도 리테일 조직개편에 나서는 등 변화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에 김 대표는 연초 신년사에서 “'고객중심'으로 자산관리(WM) 부문 사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느냐에 신한투자증권의 미래가 달려있다”면서 “’고객중심'을 최우선 가치로 WM 사업 체질을 완벽하게 탈바꿈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 대표는 지난 연말 WM그룹과 퇴직연금사업그룹을 리테일그룹과 통합해 개인고객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소속 직원 1000명에 달하는 조직이다.
이달 초에는 고객자산관리 부문에 집중한 조직개편을 한 차례 더 단행했다. 개인고객그룹(자산관리영업그룹)을 비롯한 기존 WM 관련 3개 그룹인 IPS그룹·디지털그룹을 통합한 자산관리부문을 신설했다. 부문장을 따로 뽑지 않고 김 대표가 직접 맡는다.
이전과 달리 김 대표가 전 사업부문을 챙기면서 부서 간 신속한 협업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회사가 추진하는 첫 번째 전략방향은 ‘법인생태계 활성화’다. IB뿐만 아니라 WM, ICT(정보통신기술), 리서치 등 전 사업부문에 걸친 협력이 필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진행 중인 사례는 ‘신한디지털포럼’이다. 3000개 법인 CEO, CFO가 참여하는 언택트 포럼으로 지난해 9월 1기가 마무리됐고 현재 2기를 운영 준비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포럼에 참여하는 고객들은 각 회사의 키맨(key man)이다.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IB 관련 딜에 대한 의사결정도 맡고 있다”며 “이 때문에 포럼운영을 리테일 전략으로만 구분하긴 힘들다. 오히려 스몰딜 등을 수임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IB 전략에 더 가깝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문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김 대표는 2023년 리바운드(재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내건 올해 슬로건은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다시 시작, 신한투자증권’이다. 이를 위해 그가 반복 강조하는 가치는 ‘원팀’이다.
김 대표는 “2023년 제1전략방향인 '법인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도 고객 접점에 있는 채널, 법인, IB뿐만 아니라 IPS, 리서치, ICT 등 유관부문이 원팀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2023년은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시켜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고 시장지위를 높일 수 있는 리바운드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