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D등급 전년 대비 20배 증가
평가모형 고도화 영향…"상향평준화 이뤄져"
늘어난 관심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ESG 평가등급은 작년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내 ESG 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2년 ESG 평가’에서 국내 상장사 772개사는 전년 대비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ESG기준원이 부여하는 등급은 최고등급인 S부터 차례로 A+, A, B+, B, C, D 총 7개 등급으로 구성된다. 평가를 시작한 이래 S등급을 받은 곳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최고 등급은 A+로 볼 수 있다.
통상 KCGS는 매년 10월 등급을 발표하나 올해 평가과정에서 기업 피드백이 폭증하면서 발표가 1달 미뤄졌다. 전체 평가기업 절반(49.4%)이 피드백에 참여하는 등 ESG 경영등급에 대한 기업 민감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에도 작년보다 전체적인 등급은 하락했다. A+등급을 받은 기업 수는 지난해 14개(1.8%)에서 5개(0.6%)로 9개(-1.2%p) 감소했다. 다른 등급을 받은 기업 수도 마찬가지로 ▲A등급 55개(7.4%p) ▲B+등급 12개(1.7%p) ▲B등급 135개(17.8%p) ▲C등급 26개(3.6%p) 하락했다.
반면 최하위 등급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은 기업은 20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12개사에 그치던 D등급 기업은 올해 256개사로 늘어났다. 전체 기업 중 3분의 1(33.2%)이 최하위군에 속한 셈이다.
평가모형이 고도화된 영향이 크다. KCGS는 작년 등급을 평가하는 기준인 ESG 모범규준을 리더십, 위험관리, 운영 및 성과, 이해관계자 소통 등 4가지 대분류로 재편했다.
KCGS 측은 “모범규준 개정에 따라 평가모형이 대폭 개정되어 ESG 경영체계 도입 이후 고도화를 이루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등급이 하락됐다”며 “근본적인 ESG 체질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의 ESG평가 피드백 대응 등 실무진 중심의 ESG 개선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SG등급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준수율 간의 상관관계도 틀어졌다. 기업 지배구조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지표 준수율은 단계적 의무공시가 시행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ESG 평가등급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다만 올해에는 준수율은 높아졌지만 ESG 등급은 낮아지는 예상 밖 결과기 나왔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공시기업 평균 준수율과 평균 ESG 통합등급의 상관관계도 어그러졌다”며 “ESG 모범규준 전면 개정에 따른 ESG 평가모델 고도화의 영향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다만 평가모델이 한 번 고도화된 만큼 연쇄적인 등급하락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ESG 등급 자체가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또 기업 피드백에서 보듯 ESG 등급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개별 기업의 대응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김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ESG 등급은 상향평준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의 ESG 경영체제 강화에서 빠지지 않는 항목이 ESG 평가등급 대응이다. 바뀐 평가지표를 확인하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