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 관련 여론, 노조에 불리해...민노총에 대한 반감 표출 압도적
- 원희룡 장관 "시멘트 출하 중단에 둔촌주공 재건축 정지...업무복귀 해달라" 거듭 호소
- 국토부 "운송거부 21개 운송사와 차주 445명에 명령서 교부...163명에 우편송달 완료"
정부가 지난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도입된 업무개시명령을 처음으로 집행한지 이틀째인 30일에도 화물연대는 파업을 이어가며 강대강 대치를 지속했다.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와 화물연대는 이날 두번째 교섭을 가졌지만 각자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성과없이 헤어졌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는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화물연대는 이날도 안전운임제 상시화와 품목 확대를 요구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도 전국 약 6500명(전체 조합원의 30%)이 17개 지역 160여개소에서 파업에 참여해 전날과 유사한 규모를 유지했다.
물류전문가는 정부와 화물연대가 더 성실히 대화에 임해야 한다며 업무개시명령의 법적 구성요건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화물연대의 파업을 둘러싼 여론은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노총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구교훈 교수 "업무개시명령, 6일 만에?... 파업의 불법행위 구성요건 충분한지 의문"
구교훈(물류학박사)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부 겸임교수는 이날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충분한 구성요건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와 화물연대가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구교훈 교수는 "정부가 파업개시 6일만에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운법)에 도입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을 규정한 14조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집단으로',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그러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이라는 불법행위 구성요건을 두고 있는데, 문구가 모호하다"고 우려했다.
구 교수는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기로 한 만큼 대화의 여지가 있다"면서 "품목확대는 한번에 시행하기 힘든 사항인 만큼 양측이 논의를 이어가되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운법 14조 1항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고 돼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이날 "업무개시명령은 작년 2월 국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비준한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에도 위배된다"는 점도 짚었다.
▲파업 관련 여론은 '反민노총' 압도적 우세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여론은 정부의 조치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특히,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세부 내용보다 반복되는 파업과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정치적 이유로 파업을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읽힌다.
중도성향의 연합뉴스 기사 댓글은 물론, 진보성향의 KBS 기사 댓글에서조차 화물연대의 파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보수성향의 조선일보 기사에는 불과 몇시간만에 '반(反)민주노총'을 주장하는 댓글에 6000회가 넘는 찬성이 달리기도 했다. 이 댓글에 반대는 19회에 불과했다.
▲원희룡 장관 "국민들이 시멘트 걱정까지 해야하나...조속히 복귀해달라" 거듭 호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도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현장을 점검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오전에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시멘트 운송업체를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서 송달을 위한 현장조사 후 집단운송거부에 참여 중인 화물차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장복귀를 요청했다.
오후에는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사무실에서 건설업계 관계자와 입주예정자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레미콘 공급 중단에 따른 현장 피해 상황 점검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후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추운 날씨에 국민들이 시멘트 걱정까지 해야하느냐"며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원 장관은 "운송거부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도 결국 멈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렵게 재개한 공사"라면서 "이제라도 제대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시멘트 운송거부로 또 멈춘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시멘트 운송기사님들! 조속히 복귀해주시기 바란다.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거듭 말했다.
▲국토부 "운송거부 21개 운송사와 차주 445명에 명령서 교부...163명에 우편송달 완료"
국토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틀째를 맞아 명령집을 위한 명령서 교부와 발송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송을 거부한 21개회사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서를 현장 발부했으며, 차주가 운송을 거부한 19개사에 대해서는 거부 차주 445명 명단을 확보해 명령서를 교부했고, 163명에 대해서는 우편송달을 완료했다"며 "단양 시멘트공장에서는 불법주차 차량 9대를 적발해 집단운송거부 조사개시통지서를 부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운송개시명령을 받은 15개사 중 8개사는 이날 업무에 복귀했다. 나머지 7개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대비 42%로 부산항 일일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이날 69%까지 상승했고, 광양항, 평택·당진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은 평시 대비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시 대비 매우 낮은 상황이 지속됐다.
또한 피해가 가장 큰 레미콘의 경우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이날은 평시 대비 7.3%(4.1만㎥)가 생산돼 62개 건설사의 전국 1143개 현장 중 59%(674개)의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