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 "방안 모색 중"...당장 시행 여부 미지수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투자자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국내 업계 최초로 자사 보유수량과 지갑 주소까지 공개한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와 2위 빗썸이 어떠한 방법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이 상당히 줄었다"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1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해보면 루나-테나 사태, FTX의 '자산 뻥튀기' 의혹 등 이슈로 바닥까지 떨어진 가상자산 시장 및 거래소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코빗은 지난 16일부터 '거래소 보유자산 공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를 통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리플(XRP) 등 코빗에 상장되어 있는 가상자산에 대해 매일 코빗이 보유한 수량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갑 주소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코빗 관계자는 "(거래소 보유자산 공개 서비스로 인해) 재무구조가 매일 노출되는 격이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실질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해외 거래소도 머클트리(Merkle tree) 방식으로 가상자산 보유량을 증명할 예정이나, 이를 통해서는 총합 보유수량만 확인이 가능하다. 머클트리는 블록에 포함된 거래 내역을 나무 형태로 요약, 모든 정보를 압축해 간단히 표현하는 방법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회계감사 기간에만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어 코빗의 신선하고 파격적인 행보가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국내 1·2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도 거래 투명성 및 자산 안정성을 증명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보유자산 증명에 대해서는 "고객 지급 가능 자산 현황을 선제적으로 분기별 공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업비트가 지난 10월 28일 공개한 자산 실사 결과에 따르면, 업비트는 고객에 대하여 지급할 디지털 자산 대비 금액 기준으로 약 101.59%의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 역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고 투명한 자산 관리를 위해서 공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빗썸은 고객자산의 90%는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지갑)에 넣어놓고 나머지 10%도 회계보고 감사하고 있다.
빗썸이 공개한 3분기 재무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은 고객 자산 대비 보유 가상자산 비율은 101.3%다.
또한 회계감사 기간에만 보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놓고서는 "가상자산에 대규모로 이동하면 거래내역이 남고 이상감지가 될 것이고, 또한 다량의 가상자산을 기간에 맞춰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비트와 빗썸 모두 분기별로 보유자산을 분기별로 공시하고 있다.
현재 일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자사 자산과 고객 자산을 분리 보관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분기 또는 연 별로 보유자산을 공개하고 있어 거래소의 투명성과 자산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루나-테라, FTX 등 문제로 높아질 대로 높아진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회계감사 및 공시만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디지털 시장 불안 상황에 대해 “투자자 보호 제도를 우선 마련하고 이후 글로벌 기준 등을 고려해 가상자산 발행 유통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