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독주 막아야...국내 거래소 대책 마련 절실
글로벌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고팍스는 우리나라 5대 거래소 가운데 하나로,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해내는 데 성공한다면 암호화폐 거래소 경쟁 구도가 크게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1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진출을 노리고 있는 바이낸스가 최근 고팍스 관계자와 만남을 가졌다. 이를 놓고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기 위한 포석을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낸스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기 위해 힘을 쏟는 대신 원화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거래소를 인수하는 일이 훨씬 빠른 선택지라는 것이 업계 다수 의견이다.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영업을 허가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대표는 바이낸스의 인수설을 놓고 "바이낸스와 몇 차례 만난 것은 맞다"면서도 "아무것도 공식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는 데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가상자산시장은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기준 55조2000억원에 달했을 정도로 투자 열기가 높기 때문이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한다면 막대한 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어 바이낸스에겐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것이 업계 다수의 시각이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설이 돌면서 빗썸, 업비트 등 많은 국내 유력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낸스는 이미 우리나라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데 고팍스마저 바이낸스의 품에 안긴다면 우리나라에서 '바이낸스 천하'가 열릴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바이낸스는 우리나라 거래소와 비교해 훨씬 많은 수의 암호화폐를 취급하고 있어 경쟁력 역시 크게 높다. 바이낸스는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지원하지 않는 선물 및 마진 거래도 지원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선물 거래 기능은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탓에 우리나라 거래소들은 그동안 선물 거래를 지원하지 않았는데 바이낸스도 우리나라에서 정식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규제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낸스의 국내 상륙에 앞서 우리나라 거래소들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다. 바이낸스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낮추고 취급 암호화폐 수를 늘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거래소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FTX 사태 이후로 신규 암호화폐 상장에 제동이 걸렸고 정치권에서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규제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은 기존 거래소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양한 바이낸스의 기능이 국내 시장에서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단숨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고팍스는 지난해 말 기준 이준행 대표가 지분 41.22%를 보유한 대주주고 디지털 커런시 그룹이 13.90%로 2대 주주다.
고팍스 관계자는 "바이낸스와의 미팅은 통상적인 협업이었기 때문에 인수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