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연임 도전…실적 부진 관건
공매도 과태료, 전산사고도 변수
“신망 두터워”…지주사 이동 전망도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면서 5번째 연임 여부를 두고 업계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1위를 거둔 한국증권은 올 한 해 실적한파에 꼼짝 못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전년 대비 76.09% 떨어진 영업이익 861억900만원을 기록했다. 10대 증권사 중 NH투자증권(76.6%) 다음으로 하락 폭이 크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050억원으로 작년 대비 52.53% 반토막 났다. 메리츠증권(8234억원), 미래에셋증권(7557억원), 키움증권(5197억원) 다음으로 4위다.
16일 기준 4분기 컨센서스를 더한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7300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도 물 건너갔다.
IB(기업금융) 명가 자존심도 흔들리고 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IB 부문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IB 수수료 수익 3443억원을 챙기면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한국증권의 IB 부문 수익비중은 전체 중 최대인 40%를 차지한다.
다만 3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105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2.1% 내렸다. 매수합병 수수료 563억원(-52%), 채무보증 279억원(-22.7%), 인수주선 153억원(-23.5%) 등 전 부문이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특히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중이 40%대로 높은 편인데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관련 사업전망이 어두워진 만큼 부동산 IB 실적하향도 전망된다.
이러한 배경에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한 리서치도 나온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지난 부동산 호황기에 관련 비즈니스를 확대했으며 기업 전반적으로 레버리지가 높아졌다”며 “2023년까지 예상되는 ‘디레버리지’ 시기에 투자매력은 다소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5대 증권사 중 주가하락 폭도 가장 크다. 16일 오후 2시 46분 기준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6개월간 18.09% 내렸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13.36%), 삼성증권(-8.09), NH투자증권(-5.81%), 키움증권(+5.94%) 등을 모두 밑돈다.
또 다른 연임 변수는 올해 발생한 공매도 규정 위반, 전산 마비 사태다. 한국증권은 지난 2월 공매도 거래 규정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 2017~2020년 3년간 삼성전자 등 938개사, 약 1억5000만 주를 공매도하면서 호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는 내부 전산장애 문제로 홈트레이딩,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HTS·MTS) 접속이 15시간 동안 막히며 투자자 피해를 빚기도 했다. 보상 과정에서 한국증권 측은 기존 약속(100% 보상)을 파기하면서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연임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그룹사 측에선 정 대표에게 한 차례 더 신임을 보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이 평소 인재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만큼 한 해 실적만으로 인사를 단행한 가능성이 적다는 평가다. 정일문 대표 전임인 유상호 전 사장은 11번 연임한 전력이 있다.
만약 연임에 실패해도 김 회장의 두터운 신망을 얻은 만큼 정 대표가 지주사로 이동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에 대한 그룹사 신뢰가 두터운 걸로 안다”며 “업계가 다 같이 휘청인 한 해 실적만 보고 연임이 틀어질 것 같진 않다. 바뀐들 더 큰 책무를 맡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