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측 노조원 상대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조치 취하
노란봉투법 등 사측 '손해배상소송 제한' 관련 쟁점 재점화
하이트진로 파업 사태가 6개월 만에 일단락되면서 원·하청 문제 관련 많은 숙제를 남겼다. 특히 하이트진로 측이 노조원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철회한 가운데 ‘노란봉투법’ 등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손해배상소송 논쟁 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부 기업의 노사갈등은 그 해결 과정에서 사회 전체 노사문제에 중요한 교훈과 논쟁을 남긴다. 지난 6개월간 치열했던 하이트진로 파업사태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였을까. 노사가 남긴 모든 흔적을 담을 수 없지만 일부 쟁점을 통해 하이트진로 파업사태를 진단해보자.
하이트진로 파업사태 6개월 만에 극적 ‘노사합의’ 타결
하이트진로 자회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연대 화물차주들(이하 노조)이 단행한 파업 사태가 노사합의를 통해 일부 해소됐다.
지난 9일 노조는 사측과 합의안을 내고 서울 강남구 소재 하이트진로 본사 고공농성을 철회했다. 노조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공장봉쇄와 본사점거를 이어온지 6개월 만이다.
노조와 사측은 ▲운송료 5%인상 ▲공장별 복지 기금 1%조성 ▲휴일 운송단가 150% 적용 등을 사안으로 잠정 합의했다. 다만 노동기본권 보장 등 근로환경 개선 문제는 향후 ‘3자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완전한 봉합은 아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공권력 투입’ 없이 노사합의를 타결했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 측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수양물류와 화물차주분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운송료 인상 이외에 제기된 여러 가지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수양물류와 차주분들 간에 향후 진지하게 논의하고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조 상대 사측 손배소 쟁점 재점화
이번 합의안은 노사갈등의 주요한 사회적 쟁점을 남기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사측이 노조 측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철회하면서 논란이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노조파업으로 인해 100억원 상당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원 25명에게 27억7000만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이 노조를 대상으로 수십억대의 손배소를 청구하자 일각에서는 법치주의를 동원한 ‘파업’ 활동 무력화 공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소위 ‘노란봉투법(파업으로 인한 사측 손배소 제한) 제정까지 재점화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노란봉투법은 2019년 이후 입법논의가 흐지부지 됐지만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이 사내하청 노조 집행 노동자 5명에게 47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입법 논의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한편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은 기업경영의 자유를 제한할뿐 아니라 주주들의 재산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불법쟁의행위까지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면 오히려 노사갈등이 빈번해지고 사회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하이트진로와 노조가 손배소에 관한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자 법적 강제력 보다 협의체가 노사갈등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번 합의는 원·하청 관계자가 모두 참여한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13일 <녹색경제신문>에 “이번 하이트진로 사례를 통해 자체적인 협의체가 원하청관계 해결에 어느 정도 효과적이란 점이 증명됐다”면서 “입법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 보다 정부가 보증한 형태의 자율적인 대화채널을 만드는 방식으로 원하청 관계 문제에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잠정합의문은 단기적인 성과에 불과하다며 입법을 통해 합리적 기준을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 관계자는 13일 <녹색경제신문>에 “이번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 합의안 중 사측의 손배소 철회가 가장 주요한 성과물”이라면서도 “단기적인 성과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 논쟁까지 확장해 입법까지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22대 국회 민생입법 과제중 6번째로 노란봉투법을 선정하는 등 적극적인 입법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정의당과 함께 노란봉투법 입법 처리에 적극 협조한다는 의사를 표하기 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