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주도 내려…경기침체 영향
예대마진 공개 후 대출금리 줄인하…NIM 제한
“올 2분기 NIM 상승세 멈출 전망”
글로벌 금리인상 시계가 빨라졌지만 금리인상 수혜주로 손꼽히는 은행주는 제자리를 걷고 있다. 지난 주말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은 물가안정을 위해 다음 달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이유로 당분간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잭슨홀 미팅 이후 29일 4대 금융지주 주가(KB금융·신한·하나·우리)는 일제히 내렸다. 금리인상에 대한 수혜 기대보다 경기침체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또 지난 22일 은행 예대금리차 공개에 따른 ‘이자장사’ 비판에 NIM(순이자마진) 확대가 더뎌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은 기본적으로 (민간)주주가 주인인 사기업이지만 관치금융으로 인해 실제론 공기업처럼 움직인다. 이 때문에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며 “다만 주식성장 속도가 더딘만큼 안정성이 높다. 은행이 망할 리 없기 때문”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달라진 금리인상 시계…”한국은행, 내년까지 매파적 기조 유지”
지난 27일(현지시각) 미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종료 후 글로벌 금리인상 시계가 급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7월 한 달 동안 물가가 개선된 것으로 부족하다. 물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금리완화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다음 달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예고했다. 이를 단행할 시 미 기준금리는 3.25%(상단 기준)까지 오른다. 30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3.75%를 넘길 확률을 91.7%로 내다보고 있다.
이 영향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같은 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며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4∼5%)을 나타내는 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6.3% 올랐다. 이 총재가 언급한 4~5%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연말까지 남은 5개월간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0%를 유지한다고 해도 연간 물가상승률은 4.96%다. 향후 물가가 역성장하지 않는 한 금리인상이 유지되는 셈이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한은은 물가 피크아웃 수준보다는 그 이후의 하락 속도가 다소 가파르지 않고 완만할 수 있음을 염두에 뒀다고 판단한다”며 “내년 물가 상승률을 3%대 중반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대 수준까지 확인하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 있고 그만큼 내년까지 매파적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음을 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관치금융에 힘 못 쓴 은행주…”성장성보다 안정성 메리트 더 커”
이러한 배경에도 금리인상 수혜주로 손꼽히는 은행주는 제자리걸음이다. 27일 잭슨홀 미팅 이후 첫 거래일 4대 금융지주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29일 하나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2.62%, 우리금융 2.5%, 신한금융 2.39%, KB금융은 1.82% 내렸다. 같은 기간 KB금융을 제외하고 모두 코스피(2.18%)보다 낙폭이 크다.
경기침체 영향이 크다. 금리인상에 따라 경기와 함께 대출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실 위험이 늘어나며 대손충당금 부담 또한 높아진다. 이같은 배경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은행주도 하락세다. 29일 기준 스탠더드앤푸어스(S&P) 은행지수는 최근 5거래일간 3.32% 하락했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2022년 상반기까지도 (은행주의) 실적은 양호하게 지속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5월 이후 전 세계 은행주의 약세와 더불어 주가는 부진한 흐름이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경우 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이 늘어날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국내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공시 영향으로 추가적인 NIM(순이자마진)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은행연합회는 22일 전국 은행의 예대금리 비교공시를 시행했다. ‘이자장사’라는 여론 비판에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줄인하했다. 이 영향으로 은행 핵심 수익성지표인 NIM도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공시 이후 대출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 직후 곧바로 수신금리 인상 폭을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더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에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종결 가정 시 NIM 상승세가 멈추는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가정해 왔지만, 현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2분기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예대금리 공시가 이뤄진 22일 4대 금융지주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22일 기준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2.06% 내렸으며 우리금융 2%, 하나금융 1.81%, 신한지주가 0.7% 하락했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22일 이전 거래일(19일) 주가를 회복한 곳은 없다.
최 연구원은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시총 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매도)이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은행주는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기대감보다는 지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은행주식을 안전자산으로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관치금융이란 특성 때문으로 주가성장 측면에선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안정성 측면에선 강점으로 볼 수 있다. 다르게 본다면 성장성 못지않게 큰 투자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